미국 화장품 시장 트렌드

[CMN 특별취재팀] 우리나라가 지난해 미국 내 최대 화장품 수입국으로 부상한 가운데 K뷰티 제품 가격 인상을 우려한 미국 소비자들은 관세가 발효되기 전에 앞다퉈 한국 화장품 사재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지는 미국인들이 고물가에 대한 걱정으로 사 모으는 제품 중 하나로 한국산 자외선 차단제를 지목했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 화장품 시장은 △관세 정책 △환경 규제 대응 △제품 카테고리 융합이라는 세 가지 트렌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2025년 글로벌 코스메틱 포커스 2호(미국, 브라질 편)에서 “최근 미국의 관세 정책이 일단 유예된 상황에서 각 기업들이 내부 상황 및 전략에 따라 단기적, 장기적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준비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규제와 관련해서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방향의 화장품 제조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미국 내 수입 화장품 1위

미국 화장품 시장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4.1% 성장했다. 카테고리 별로는 메이크업 시장이 6.4%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립(8.5%)과 페이셜 케어(8.3%) 제품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스킨케어 시장도 5.6%의 성장률로 뒤를 이었다.
한국 화장품은 2024년 대미 수출액 17억 5,805만 달러(한화 약 2조 4,982억 원)로 미국 내 수입 화장품 시장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미국발 상호관세 정책으로 25% 관세율 적용 가능성에 직면해 주요 기업들은 현지 생산 확대 등 전략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주요 무기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신생 인디 브랜드들이 가격 인상 압박을 더 크게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K뷰티 제품의 가격 인상이 우려되자 미국 소비자들은 관세가 발효되기 전에 앞다둬 한국 화장품을 사재기하기 시작했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자외선차단제로,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는 미국인들이 고물가에 대한 걱정으로 사모으는 물품 6가지 중 하나로 한국산 자외선 차단제를 지목했을 정도다. 그 외 달팽이크림 등 스킨케어 제품에서 사재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과불화화합물탈크 관련 규제 강화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필두로 미 전역에서 본격적으로 과불화화합물(PFAS, 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과 탈크(Talc)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방수성과 지속력이 뛰어나 화장품에 첨가하면 발림성을 개선할 수 있는 과불화화합물은 자연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는다. 특히, 체내에 축적되면 간 손상, 면역력 저하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제조사들은 ‘PFAS-free’ 등의 제품 재구성과 친환경 대체 원료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화장품 제조의 패러다임을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내 주별 규제와는 별개로, FDA는 2022년 제정된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에 따라 제품에 사용되는 PFAS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2025년 12월까지 보고서로 발표할 예정이다.
2025년 1월부터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PFAS 함유 화장품의 판매가 금지됐으며, FDA는 탈크 함유 화장품의 석면 검출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화장품 업계의 친환경 대체 원료 개발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카테고리 경계 허무는 하이브리드 확산

기존 화장품 카테고리 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며 미국 화장품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각각의 용도에 맞춰 스킨케어, 메이크업, 선케어, 바디케어 제품을 따로 구매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하나의 제품으로 다양한 효과를 충족시키는 하이브리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인의 바쁜 일상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소비 습관을 반영한다. 미국 패션 전문지 WWD와 스페이트에 따르면, 과거에 주로 메이크업 분야에서 활용되던 광채, 블러링(Blurring) 같은 효과가 최근 스킨케어 시장에서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하이브리드 트렌드에서 특히 주목받는 현상은 ‘서니피케이션(Sunification)’이다. 스킨케어나 파운데이션, 블러셔, 립 메이크업 등 모든 화장품에 자외선 차단 효과를 접목시키는 것을 말한다.
자외선 차단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으나 매일 선크림을 별도로 발라야 하는 번거로움, 백탁이나 끈적임 같은 사용감 문제로 실천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결과다.
미국 뷰티 유통, 아마존틱톡이 재편
미국 화장품 시장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온라인 유통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뷰티 및 퍼스널케어 제품의 온라인 판매 비중은 61%에 달하며, 2029년에는 76.4%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그중 아마존(Amazon)은 스킨케어 분야의 핵심 유통채널로 부상했다. 전년 동시기 대비 2024년 상반기 스킨케어 매출은 17% 증가했고, 뷰티 카테고리 내 스킨케어 비중도 25%에서 30%로 확대됐다.
시장 조사기관 닐슨IQ(NielsenIQ)가 2024년에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아마존 구매자의 80% 이상이 해당 플랫폼의 화장품 브랜드와 제품을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소셜 미디어와 커머스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소셜커머스 기반 소비도 급속히 확산됐다. 틱톡(TikTok)은 2024년 미국 뷰티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매출 8위 플랫폼으로 순위에 진입했다. 미국 온라인 쇼핑 이용자 중 12.5%가 티톡을 통해 화장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2024년 11월에 진행됐던 미국 최대 규모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당시에는 화장품 분야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인기 스킨케어 제품 분석

2025년 2월 1주차부터 3월 2주차까지 미국 아마존의 스킨케어 상위 10개 인기 제품을 분석한 결과, 스팟케어 제품과 함께 피부 보습 및 트러블 관리, 각질 관리 효과를 강조한 제품들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마이티 패치의 스팟케어 패치가 2월 1주차부터 3월 2주차까지 6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미국 소비자들의 즉각적인 트러블 진정 제품에 대한 관심도를 입증했다.
1, 2, 3위 제품들이 6주 연속 큰 변동없이 상위권을 유지한 점이 특징이다.
국가별 브랜드 분포를 살펴보면, 미국 브랜드들의 제품이 2025년 2월 1주차와 3월 2주차에 각각 7가지, 6가지씩 들며 자국 소비자들에게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 브랜드 바이오던스의 바이오 콜라겐 리얼 딥 마스크와 메디큐브의 제로 포어 패드가 2025년 2월 1주차와 3월 2주차 모두 시트 마스크와 토너패드 부문에서 1위를 달성해 간편하면서도 즉각적인 피부 개선 효과가 있는 K뷰티 아이템을 선호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토너패드 인기 1위, 메디큐브
조사 기간 동안 토너패드 부문 인기 1위를 차지한 제품은 한국 브랜드 ‘메디큐브(MEDICUBE)’의 ‘제로 포어 패드(Zero Pore Pads)’다.
메디큐브는 유명 매거진에 제품을 소개하고, 뷰티 샘플 제공하는 뷰티 박스 등의 샘플링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피부과 전문의들과 협업해 제품의 효과를 알렸고, 저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과 함께 멧갈라(Met Gala) 행사에 참여해 메디큐브 제품을 자연스럽게 노출시켰다.
제품 체험 경험이 있는 미국 소비자들의 후기에 따르면, 사용 직후 모공이 즉시 축소되고 피부가 유리처럼 맑고 투명해졌다는 경험담이 다수 공유됐다. 블랙헤드와 피지 관리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여 코 부분의 블랙헤드가 현저히 감소했다는 후기가 많다.
인기 메이크업 제품 분석

2025년 2월 2주차부터 3월 3주차까지 미국 아마존의 메이크업 제품 인기 순위를 분석한 결과, 마스카라, 립 틴트, 립 오일, 립 라이너와 같이 입술과 눈에 사용하는 메이크업 제품들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독일 브랜드 에센스의 래쉬 프린세스 폴스 래쉬 마스카라는 6주간의 분석 기간 동안 다섯 차례나 1위를 기록하며, 속눈썹의 길이, 컬링, 볼륨을 동시에 연출하는 만능 제품으로 인기가 지속됐다. 원더스킨의 립 틴트와 메이블린의 마스카라도 동 기간 큰 순위 변화 없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국가별 브랜드 분포를 살펴보면, 2025년 2월 2주차, 3월 3주차 모두 상위 10순위 중 메이블린, 엘프, 원더스킨 등 미국 브랜드의 제품이 각각 7개, 6개씩 순위에 올라 메이크업 시장에서 자국 브랜드가 강세를 보였다.
이 외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이 상위 10위 이내에 들었으나 아시아권 브랜드는 단 한 개도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
컨실러 2위, 캐트리스 브라이트너
독일 브랜드 ‘캐트리스(Catrice)’의 ‘언더 아이 브라이트너(Under eye Brightener)’는 조사 기간 동안 컨실러 부문 인기 2위에 오르며 미국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캐트리스는 미세 플라스틱을 금지하는 등 엄격한 EU 화장품 규정 기준을 준수하고, 철저한 동물 실험 금지를 주요 브랜드 철학으로 내세우는 등 전 세계적인 클린 뷰티 트렌드와 잘 부합한다.
캐트리스 언더 아이 브라이트너는 눈 밑 푸른 색조를 중화하는 컬러 코렉팅 기술로 즉각적인 다크서클 커버 효과가 있다. 4가지 색상 옵션으로 밝은 피부부터 어두운 톤까지 다양한 피부 톤에 맞출 수 있으며, 중간 정도의 커버력을 가진 크리미한 제형은 칙칙한 눈가를 자연스럽게 보완하면서도 피부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주요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틱톡에서는 미국 유명인 베셔니 플랭클린 등 인플루언서들의 솔직한 후기를 통해 더욱 유명해졌다. 6달러라는 매우 합리적인 가격대에 높은 효과를 제공하는 점이 입소문을 타며 아마존에서도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K뷰티, 스토리·기능성·디지털 집중해야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은 미국 시장에서 상당히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확보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 플랫폼이나 K뷰티 제품을 취급하는 전문 뷰티 매장을 통해 한국산 메이크업 및 스킨케어 제품을 적극적으로 찾는다. 단순한 트렌드 추종을 넘어 한국 제품들이 제공하는 혁신적인 효능과 품질에 대한 신뢰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틱톡 등의 소셜 미디어뿐만 아니라 아마존, 올리브영, 예스스타일, 스타일 코리안 등의 대형 온라인 채널을 이용하기도 한다.
현지 전문가는 “K뷰티가 수많은 경쟁 제품 중 차별성을 갖기 위해서는 독특한 성분과 효능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브랜드만의 스토리텔링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하고, 타깃 소비자층이 활동하는 채널에 집중하는 전략을 권하고 싶다”면서 “유통 모델을 재검토하고, 보다 효율적인 마케팅 방법을 찾아 투자하며, 디지털 환경에서 차별화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요소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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