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2차 웨이브, 미국 시장을 흔들다
틱톡-아마존-오프라인 확장 전략 주효 … FDA 규제‧관세는 도전 과제
심재영 기자 jysim@cmn.co.kr
[기사입력 : 2026-03-24 오후 5:53:53]
미국 화장품 시장 트렌드

[CMN 심재영 기자] 미국 화장품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루틴을 줄이는 대신 검증된 성분을 고르고, 틱톡에서 발견한 브랜드를 아마존과 오프라인 소매점에서 구매한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과 구매 경로가 달라지면서 K뷰티는 스킨케어를 넘어 색조‧헤어‧향수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며 미국 최대 화장품 수입국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FDA 규제 강화, 관세 인상, 드럭스토어 채널 축소라는 도전 과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발간한 ‘2026 글로벌 코스메틱 포커스 1호(미국, 브라질편)’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의 최신 흐름을 짚어봤다.

미국의 화장품 수입국 1위 ‘한국’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화장품 시장은 2024~2026년 연평균 3.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품목별로는 메이크업 부문이 연평균 4.9%로 가장 높은 신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내추럴(6.7%), 베이스(6.6%) 메이크업이 메이크업 부문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스킨케어는 4.4%, 영유아용 스킨케어는 6.1%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퍼스널케어(2.2%), 헤어(1.8%), 목욕(1.7%) 품목은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수입 시장에서는 한국의 입지가 눈에 띄게 강화됐다. 2025년 하반기 기준 한국은 퍼스널 케어 기타(40.3%)와 스킨‧메이크업 기타(30.3%) 품목에서 수입국 1위를 차지했으며, 립 메이크업(24.4%)‧눈 메이크업(16.1%)‧네일(11.9%) 등 다수 품목에서도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미국 내 K뷰티 매출은 전년 대비 37% 이상 성장하며 한국이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 최대 화장품 수입국 자리를 꿰찼다는 점은 업계 관계자들에게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클린 걸’ 트렌드가 시장을 바꾼다
현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미국 시장의 핵심 흐름은 ‘루틴 간소화’다.
‘클린 걸(Clean Girl)’ 트렌드로 대표되는 이 움직임은 사용 제품 수를 줄이는 대신, 검증된 성분과 임상 데이터를 중시하는 소비 패턴으로 이어지고 있다. SPF와 보습을 하나로 결합한 다기능 선크림처럼 여러 기능을 압축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반면, 여러 산(酸) 성분을 겹쳐 쓰는 ‘스킨 칵테일링(skin cocktailing)’은 피부 장벽 손상 우려로 기피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가정용‧의료용 기기의 보급도 스킨케어 수요 구조를 바꾸고 있다.
더마‧롤러‧홈 마이크로니들링‧레드라이트 테라피‧EMS 등의 사용이 확산되면서 시술 후 케어 성분으로 엑소좀 세럼‧PDRN‧펩타이드‧세라마이드 등이 주목받고 있다.
강한 활성 성분 사용을 이틀에 한 번으로 조절해 피부 회복 시간을 확보하는 ‘스킨 사이클링(Skin Cycling)’ 방식도 전문의와 소셜 미디어 양쪽에서 고르게 관심을 받고 있다. 연구원은 2026년을 기점으로 헤어‧두피 건강에 대한 시장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틱톡→아마존→울타‧세포라
유통 전략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틱톡샵(TikTok Shop)이 신규 브랜드 발견 창구로 자리 잡으면서, 틱톡에서 인지도를 쌓은 뒤 아마존 구매로 연결하고 이후 울타 뷰티(Ulta Beauty)‧세포라(Sephora) 오프라인 입점으로 확장하는 단계적 채널 전략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K뷰티 2차 웨이브와 관련된 틱톡 게시물의 주당 조회수는 2억 5,000만 뷰에 달한다. 1차 웨이브가 스킨케어 마니아층에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색조‧헤어케어‧바디케어‧뷰티 디바이스 전 카테고리로 저변이 넓어지며 Z세대‧밀레니얼 세대를 주류 소비자로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울타 뷰티는 K뷰티 전용 공간 ‘K뷰티 월드(K-Beauty World)’를 개설해 8개 브랜드를 일괄 입점시켰고, 올리브영(Olive Young)도 2026년 5월 캘리포니아에 첫 미국 매장 2곳을 열 예정이어서 오프라인 유통 경쟁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프레스티지 브랜드들의 아마존 입점 기피 방침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아마존 프리미엄 뷰티(Amazon Premium Beauty)가 주요 유통 채널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에스티로더 컴퍼니즈(Estée Lauder Companies)가 유통 다각화로 방침을 바꾼 뒤 크리니크‧아베다 등 12개 브랜드가 순차 입점했고, 샬롯 틸버리(Charlotte Tilbury)도 2024년 9월 아마존에 합류했다.
아마존을 통한 남성 스킨케어‧그루밍 지출이 세포라 대비 4배에 달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문 뷰티 매장을 잘 찾지 않던 남성층을 흡수하는 통로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K뷰티 브랜드도 아마존 스토어 프론트를 브랜드 스토리텔링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유효한 진입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장기 성장 동력도 다양화
중장기 트렌드에서는 향수 시장의 독주가 눈에 띈다.
미국 향수 시장은 3년 연속 뷰티 전 카테고리 최상위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2024년 프레스티지 향수는 전년 대비 12% 성장하며 스킨케어를 제치고 2위 카테고리로 올라섰고, 틱톡의 ‘#퍼퓸톡(#PerfumeTok)’을 중심으로 여러 향수를 겹쳐 쓰는 레이어링(layering) 문화가 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카얄리(Kayali)가 레이어링 전용 라인으로 세포라 상위 브랜드에 오른 데 이어, 조 말론 런던(Jo Malone London)‧샤넬(Chanel)도 관련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이 흐름이 주류로 확장됐다.
아시아 향수 브랜드의 약진도 눈에 띈다. 한국의 본투스탠드아웃(Borntostandout)은 론칭 2년 만에 60개국 입점과 로레알(L’Oréal) 벤처캐피탈 투자 유치를 이뤄내며 K향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K향수는 아직 초기 단계이나, 스킨케어 성분 기술을 향수‧바디 미스트에 접목해 독립 부티크와 퍼퓸톡 크리에이터를 공략하는 방식이 유망한 진입 경로로 꼽힌다.
알파 세대의 부상도 새로운 시장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8~9세 아이들이 성인용 고기능 스킨케어 제품을 세포라에서 구매하는, 이른바 ‘세포라 키즈(Sephora Kids)’ 현상이 확산되면서 전용 브랜드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2025년부터는 전용 브랜드 시장이 본격 형성됐다. 에버이든(Evereden)은 알파 세대 라인으로 누적 매출 1억 달러(한화 약 1,424억 원)를 달성했고, 유튜버 살리시 매터(Salish Matter)가 공동 창업한 신시얼리 유어스(Sincerely Yours)는 세포라 입점 직후 주요 제품이 수개월 연속 품절됐다.
2026년 기준 이 카테고리의 지출 성장률은 전체 시장 평균의 두 배를 웃돈다. 연구원은 K뷰티의 순한 성분 설계와 피부 장벽 중심 배합이 이 연령대가 요구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고 짚었다.
비만 치료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계열 약물의 보급도 화장품 시장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오젬픽(Ozempic)‧위고비(Wegovy) 복용자가 미국 성인의 8~10%에 달하는 가운데, 급격한 체중 감소에 따른 피부 처짐‧안면 볼륨 감소, 이른바 ‘오젬픽 페이스(Ozempic Face)’ 현상이 가시화되면서 전용 스킨케어 제품 수요가 커지고 있다.
K뷰티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콜라겐 프래그먼트‧펩타이드‧바쿠치올 성분은 이 소비자층과의 유효한 접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FDA 의무‧관세 등 리스크 관리 시급
기회와 함께 과제도 쌓이고 있다. 2025년 12월 FDA는 화장품 의무 리콜 권한의 기준과 절차를 담은 가이던스 초안을 발표했다.
2022년 제정된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 이전에는 리콜이 기업의 자발적 조치에만 기댔으나, 이번 가이던스로 FDA의 직접 강제 권한이 법적으로 뒷받침됐다.
특히 안전성 입증 자료 미비 자체가 리콜 요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명시돼, 수출 기업은 소비자 불만‧이상반응 보고서 점검과 MoCRA 기준 안전성 자료 정비, GMP 준수 재확인을 우선 과제로 챙겨야 한다.
같은 달 FDA는 자외선차단 허용 성분 목록에 베모트리지놀(Bemotrizinol)을 추가하는 행정 명령을 제안했다. 1999년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자외선 필터 성분 승인 추진하는 행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와 2025년 8월 소액면세제도(de minimis) 폐지도 비용 구조를 크게 흔들고 있다.
800달러(약 114만 원) 이하 물품에는 가격의 15% 또는 패키지당 80달러의 관세가 부과되고, 중국산 원료‧패키징에는 최고 55%의 관세율이 적용돼 포장재 가격이 이미 5~10% 오른 상황이다.
한국 기업은 현지 법인 활용, 물류창고 직영, USMCA 가입국 경유 공급망 재편 등을 조합해 대응책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원의 진단이다.
드럭스토어 챠널의 빠른 축소도 오프라인 진입 전략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사모펀드 사이카모어 파트너스의 월그린스 인수와 구조조정으로 2026년 2월 기준 500곳 이상이 폐점했고, 라이트에이드는 청산을 마쳤으며, CVS는 의료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하며 소매 비중을 줄였다.
연구원은 드럭스토어 입점을 오프라인 경로로 검토해 온 한국 기업이라면, 뷰티 전문 리테일러 파트너십‧아마존 채널 강화‧자사 직판(DTC) 육성으로 유통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방향이 현실적이라고 권고했다.
“기회‧리스크 균형있게 관리해야”
연구원은 “어떤 경로를 택하든, 소비자가 신뢰하는 채널에서 제품 가치를 일관되게 전달하는 것이 미국 시장에서 지속 성장을 이어가는 기본 조건”이라며, 기회와 리스크를 균형있게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자외선차단 허용 성분 목록에 베모트리지놀(Bemotrizinol)을 추가하는 FDA 행정 명령 제안은 K선케어 특유의 백탁 없는 발림성을 구현하는 유기 필터 조합에 포함된 성분이어서, 최종 승인 시 한국 기업의 성분 활용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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