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N 신대욱 기자] 올해 국내 화장품 업계는 내수침체와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로 어느 해보다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순탄하던 중국발 ‘K-뷰티’ 호황이 사드 배치 결정 등 외부요인으로 한풀 꺾이는 양상을 보였다.
‘차이나 리스크’가 커지면서 어느 때보다 ‘포스트 차이나’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했다. 주요 업체들은 중국을 벗어나 유럽과 미주, 동남아, 중동지역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고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내수 시장도 3% 안팎의 저성장 기조를 이어가며 판로 확대가 쉽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헬스&뷰티스토어의 성장과 백화점이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편집숍이 주목받았다. 투자열기도 식지 않았다. 해외 자본의 국내 기업 투자와 새롭게 상장한 기업도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안전성 문제는 여전한 이슈였다. 특히 하반기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 성분 함유 치약 문제로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맞춤 화장품이 시범적으로 도입됐고 염모제와 아토피화장품 등 기능성 화장품 범위 확대가 예고되는 등 법 개정도 이뤄졌다.
OEM·ODM 기업은 안팎의 어려움 속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국내 공장 신축과 해외 공장 증축 또는 신축, 해외 기업 인수 등으로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움직임을 이어갔다. CGMP 인증 기업도 100개사를 돌파했다.
이니스프리와 ‘더 히스토리 오브 후’는 단일 브랜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설화수와 함께 ‘1조원 클럽’을 열었다.
차이나 리스크 확대

지난 7월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외부 변수로 호황을 누리던 중국발 K-뷰티에 급제동이 걸렸다. 중국 당국이 관광객 제한과 ‘한한령(限韓令)’ 등 보복성 규제를 강화하면서다. 위생허가나 통관 지연 등 비관세 장벽도 높아졌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화장품 업계엔 당장 비상이 걸렸다. 실제 중국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41.1%나 차지할 정도로 높아 타격이 큰 상황이다.
여기에 ‘뷰티 굴기’에 따른 중국 정부의 자국 뷰티 산업 육성 정책도 강화되고 있어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포스트 차이나 모색

‘차이나 리스크’가 커지면서 이를 벗어나 수출국 다변화에 나서는 ‘포스트 차이나’ 전략도 활발하게 펼쳐졌다.
실제 올 3분기까지 수출 실적을 보면 중화권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화장품 강국으로 수출국이 다변화되고 있는 것이 나타났다. 특히 유럽지역 성장률이 높았다. 프랑스가 120% 성장한 것을 비롯해 이탈리아(534%)와 스페인(283%)이 고성장을 이어갔다. 미국(44%)과 일본(35%)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토니모리가 세포라 유럽 전역에 입점하면서 성과를 높였고 스킨푸드도 유럽지역 세포라와 영국 부츠 매장에 입점하며 주목을 끌었다.
기능성 화장품 확대 등 제도 개선

염모제와 아토피, 여드름, 튼살 개선 등 기능성 화장품이 현 3종에서 11종으로 확대되는 등 대대적인 법 제도가 개선됐다.
식약처는 화장품법 개정안과 화장품법 시행규칙 개정안 등을 통해 업계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새롭게 천연 화장품 인증제도가 추가됐고 화장품업종도 기존 제조업, 제조판매업에서 제조업, 책임유통관리업으로 현실적으로 정비됐다. 또 맞춤화장품을 판매할 수 있는 전문판매업이 신설됐다.
동물실험으로 제조 또는 수입한 화장품의 유통, 판매를 금지한 조항도 새로 반영됐다. 올해 공포된 법 제도 개선 조항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공포일로부터 1년) 반영된다.
단일 브랜드 매출 1조원 시대 개막

LG생활건강의 한방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자연주의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동시에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단일 브랜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니스프리가 10월말 기준 국내외 매출을 합해 연 1조원을 넘어섰고 후도 11월 3일 마감 기준으로 연 1조원을 돌파했다.
설화수가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단일 브랜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이후 ‘1조원 클럽’에 가입한 브랜드는 세 개로 늘었다. 연 1조원 매출 달성까지 걸린 기간은 설화수가 49년, 이니스프리가 16년, 후가 14년이었다.
투자열기 타고 상장 열풍 지속

K-뷰티 열풍에 힘입어 화장품기업의 상장 열풍도 이어졌다. 대부분 중국사업 호조에 힘입어 기업 가치가 상승하면서다.
올해도 코스메카코리아와 클리오가 코스닥 시장에 등록됐고 미국 ODM기업인 잉글우드랩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제3의 주식시장으로 불리는 코넥스에도 OEM기업인 인터코스와 본느, 유쎌 등이 올해 신규 상장했다.
해외 자본의 국내 기업 투자도 증가했다. 글로벌 투자사인 베인캐피탈과 골드만삭스 특수상황그룹이 지난 6월 카버코리아의 지배 지분을 인수했고 LVMH 계열 투자회사인 L캐피탈이 지난 7월 클리오에 573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했다.
이밖에 메디힐 마스크팩으로 고성장세를 이어온 엘앤피코스메틱과 클레어스코리아, 카버코리아, 비앤비, 해브앤비 등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화장품 OEM·ODM 사업 활황

국내 화장품 OEM·ODM 기업들이 K-뷰티 주역으로 성장세를 이끌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등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기업들은 국내외 투자 확대와 신규 해외 거래처를 넓히면서 영역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미국과 캐나다에 생산기지를 확보하며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북미시장 공략에 속도를 냈다. 코스맥스는 할랄화장품 인증과 캐나다 OTC 인증으로 영역을 넓혔고 일본 시세이도에 제품 공급을 본격화하면서 화장품 선진국내 위상을 강화했다.
올해 코스닥에 상장한 코스메카코리아는 국내와 중국 설비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해외 거래선 확대에도 집중하고 있다.
신규 진입하는 업체도 늘었다. 토니모리가 중국내 OEM·ODM 자회사인 메가코스 공장 착공에 들어갔고 클레어스코리아도 자회사 코스나인을 설립하고 OEM·ODM 시장에 진출했다. 기존 기업들도 생산설비 확충에 나섰다. 나우코스가 세종시에 최신 자동화기기를 갖춘 제2공장을 준공했고 엔코스가 오산시 가장산업단지에 최첨단 제2공장을, 셀랩도 GMP 기준에 맞는 아산 신공장을 완공했다.
한편, CGMP 적합업소 인증 사업장이 100개소를 넘어섰다. 식약처가 CGMP 인증기관으로 새롭게 지정된 2011년 이후 5년여 만으로, 11월 11일 현재 102개소가 인증을 받았다. CGMP 인증 1호 사업장은 한국콜마 세종 전의공장이다.
대형 유통기업 주도 편집숍 주목

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기업이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뷰티 편집숍이 주목받았다.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대형몰이나 백화점내 입점하는 형태로 새로운 유통 채널 부상에 관심이 집중됐다.
신세계백화점이 대구점 오픈과 함께 첫 선을 보인 시코르와 이마트가 국내 최대 쇼핑 테마파크인 하남 스타필드에 오픈한 슈가컵, 현대백화점이 판교점에 선보인 앳뷰티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백화점은 홍대에 젊은 층을 겨냥한 미니백화점 엘큐브를 로드숍으로 오픈했다.
이와 함께 LG생활건강이 다양한 자체 브랜드를 구성한 멀티 브랜드숍 네이처컬렉션이 광화문에 오픈했고 코스온이 서울 가로수길에 ‘괴짜박사의 이상한 실험실’을 컨셉으로 한 편집숍 ‘빌라쥬 11 팩토리’를 열었다. 화장품 인큐베이팅 편집숍을 표방한 크리마레도 주목받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검출 안전성 논란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쓰인 CMIT/ MIT가 화장품과 생활용품에 이어 치약 다수에서 검출돼 업계에 안전성 관련 파장이 어느 때보다 컸다.
CMIT/MIT 혼합물은 화장품 안전관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지난해 8월부터 ‘씻어내는 제품에만 0.0015%’ 이하로 제한돼 있다. 이른바 ‘옥시 사태’ 이후 화장품에 취해진 조치다. 특히 미원상사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아 생산한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치약 다수에서 관련 성분이 검출되면서 유해성 논란이 커졌다.
아모레퍼시픽은 문제가 된 치약 전량을 회수하고 환불조치하면서 수습에 나섰다. 당국도 행정조치에 나서는 한편 관련 규정을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리스트
인기기사 TOP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