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포장공간비율 확대제도 ‘항구적 적용’ 필요
2018년말까지 한시적 적용에 업체들 적극 반영 못 해
화장품 포장공간비율 제도 살펴보니
[CMN 박일우 기자] 화장품 포장공간비율 확대 제도의 ‘항구적’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지난해말 규제를 완화했으나, ‘한시적’ 적용에 따라 업체들이 이를 현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장공간비율 35%이하로 확대 적용
포장공간비율이란 전체 포장용적(부피)에서 제품체적(부피)을 제외한 공간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전체 크기에서 제품 크기를 뺀 나머지 공간의 비율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우리나라는 현재 2016년 10월 10일 개정된 환경부령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4조 2항에 따라 화장품을 비롯한 제품의 포장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화장품(향수 제외)의 경우 단위제품 및 종합제품의 포장공간비율은 35% 이하로 기준이 설정돼 있다. 단, 종합제품에 고정재·완충제 등이 들어갈 경우 40%까지 포장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현행 화장품 포장공간비율 규정이 한시적이라는 데 있다. 지난해 10월 개정된 시행규칙에 따라 2018년말까지만 이렇게 확대된 포장공간비율이 적용된다.
포장공간비율, 왜 확대 적용했나
시행규칙이 개정되기 전 화장품 포장공간비율은 단위제품 10% 이하(인체 및 두발 세정용 제품류 15%), 종합제품 25% 이하에 불과했다.
다양한 제형의 상품 특성에 따라 모양도 두께도 천차만별인 용기를 사용하는 화장품 특성을 고려하면 매우 제한된 기준이다. 예를 들어 포장공간비율이 25%인 종합제품을 포장할 때, 이전 기준을 적용하면 상자 내 75%를 제품으로 채워야 한다.
스킨·로션·크림이 들어가는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기초화장품 세트를 구성한다고 가정하면 아래 그림과 같이 크림이 들어가는 중앙부분의 윗공간이 비게 돼 포장공간비율을 맞출 수 없다. 이에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견본품 등 불필요한 구성품을 삽입해 포장공간비율을 맞춰왔다. <그림 참조>
이런 과정에서 화장품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여러 가지 폐단이 발생했다.
우선 제품의 디자인 경쟁력이 저하됐다. 지금은 디자인이 경쟁력인 시대를 넘어 말 그대로 디자인 시대다. 제품력이 아무리 좋다고해도 소비자의 발길을 멈추게 할 수 없으면 별무소용이라서다.
소비자 눈에 확 띄면서, 직관적으로 그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한눈에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이 디자인의 힘이다. 그런데 포장공간 제약으로 우리는 그간 디자인이 아닌 금박, 라미네이팅 등 포장재의 고급화에 힘을 낭비해왔다.
더구나 해외에는 이 같이 포장공간비율을 제한하는 나라가 드물다. 결국 다른 나라들이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최대한 반영해 세련되고 고급스런 디자인을 쏟아내는 동안 우리는 협소한 포장공간비율 때문에 스스로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려온 꼴이다.
이와 관련 A사 관계자는 “포장공간비율 완화 후 제품 디자인에 명확한 브랜드 콘셉트 전달 등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져,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밝혔다.
포장공간비율을 맞추기 위해 넣지 않아도 될 구성품(견본품, 화장솜 등)을 삽입하는 것도 문제점이다. 이는 디자인 경쟁력 저하는 물론 원가 상승에 따른 비용증가로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소비자 부담도 가중시킨다. 또 이렇게 낭비되는 구성품은 폐기물 증가로까지 이어진다.
협소한 포장공간은 생산 자동화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화장품 포장업체 B사 관계자에 따르면 포장 공간 비율이 협소하면 제품을 포장에 넣을 때 작업이 힘들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생산 자동화가 어려워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
그간 화장품업계에서는 이 같은 애로점들을 관련부처에 꾸준히 개진해왔고, 최근 몇년새 화장품 수출이 급증하는 등 화장품산업이 유망수출 소비재로 각광받자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관련 법을 개정해 화장품 포장공간비율을 2018년말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당시 업계는 포장공간비율을 40% 이상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완구류 수준인 35% 확대로 결정됐다.
‘한시적’ 적용, 업계 적극적 활용에 발목
지난해 10월 10일부터 새 규정이 적용되면서 업계의 숨통은 일단 트였다. 하지만 ‘한시적’이라는 게 발목을 잡는다. 환경부는 일단 2018년까지 한시적으로 확대 제도를 시행하면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항구적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포장공간비율이 2018년 이후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포장공간비율이 확대 적용되고 있어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특히 단위제품의 경우 자동화 시설을 구축해야 하는데, 한시적 적용에 묶여 사실상 확대된 기준을 적용하는 업체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제도가 이전으로 되돌아 갈 경우 시설 구축에 든 비용을 전부 날리기 때문이다.
이런 제약으로 업체들은 현재 종합제품에만 확대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업계가 협의해 좋은 취지에서 추진,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 한시적 적용에 따라 반쪽짜리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업계는 확대된 포장공간비율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화장품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포장공간비율 확대 제도의 항구적 적용이 이뤄지길 강력히 바라고 있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포장공간비율 제한으로 국내 화장품의 디자인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시장에서 외국 제품과의 경쟁에 밀려 판매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지난해 10월부터 포장공간비율 확대 적용됨으로써 이 같은 문제가 개선되고 있으나, 2018년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돼 업계가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화장품은 단순히 상품만을 파는 게 아니라 아름다움(美)을 함께 파는 산업이라는 특성이 있다. 이런 산업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또 수출 효자상품으로 떠오른 화장품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경쟁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포장공간비율의 항구적 확대 적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의 화장품 포장공간비율 제한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이중규제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있다. 업체들이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에 따라 포장폐기물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에서 포장공간비율까지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EPR 제도란 제품 생산자나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자에게 그 제품이나 포장재의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과해 재활용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담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제도다.
환경개선에 대한 생산자들의 의무 범위를 소비자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확대한 것으로, 우리나라를 비롯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호주 등 대다수 나라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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