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 '레스 플라스틱' 가속화
국내외 관련 규제 강화 … 재활용 가능한 대체 용기 개발 필수 요소
[CMN 신대욱 기자] 화장품업계가 전 세계적인 친환경 흐름에 맞춰 플라스틱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EU를 비롯한 선진국의 플라스틱 포장재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 따른 움직임이다. 국내도 지난 2018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며 제품의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평가 제도를 도입,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이같은 각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필수적인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화장품에 사용되는 용기중 플라스틱 비중이 50%대에 이를 정도로 사용량이 많은 편이어서 우선적으로 풀어야할 과제로 꼽힌다.
우선 대한화장품협회 차원에서 플라스틱 저감 대책을 발표했다. 협회는 지난달 27일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로레알코리아와 함께 화장품 플라스틱 포장재 문제 해결을 위한 ‘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를 선언했다.
이를 통해 4대 중점 목표인 4R을 제시했다. 4R은 △RECYCLE(재활용 어려운 제품 100% 제거 △REDUCE(석유기반 플라스틱 사용 30% 감소) △REUSE(리필 활성화) △REVERSE COLLECT(판매한 용기의 자체 회수) 등이다. 협회는 참여 업체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매년 수행 성과를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다.
협회는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25일 환경부, 포장재공제조합과 ‘재활용 어려움’ 등급 포장재의 출고‧수입량의 10% 회수와 재생원료 사용 확대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협약에 참여하는 화장품 업체는 올해 3월 24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포장재 재질 구조‧등급 평가와 표기 의무에서 예외 적용을 받는다. 포장재 등급 표기 예외 적용 유예 기간은 2025년까지다.
포장재 재활용 등급 표기 문제는 관련 법 개정 이후 국내외 화장품 업계로부터 지속적으로 화장품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적용 예외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화장품위원회는 2019년 ECCK 백서를 통해 화장품 용기는 다양한 재질로 구성되고 짧은 주기로 다품종 소량 품목으로 생산되는 산업 특성을 고려해 포장재 등급 평가 적용 제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도 지난해 7월 ‘화장품 용기‧포장재 등급 표시 시행에 따른 산업계 동향 및 이슈’ 보고서를 통해 화장품 업체의 자발적인 역회수 시스템을 구축해 업계 스스로 플라스틱 용기 사용 절감과 친환경 용기로 전환할 수 있는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디자인과 기능이 중요하고 여러 재질이 혼합된 구조로 이뤄진 화장품 용기 특성상 대부분 ‘재활용 어려움’ 등급이 예상되고 이를 용기에 표기할 경우 제품 이미지 손상으로 판매는 물론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지적이다. 무엇보다 K뷰티라는 국가 브랜드 이미지 손상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법 적용 유예와 함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화장품 업계의 자율적인 움직임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앞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의미의 ‘레스 플라스틱(Less Plastic)’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이번 ‘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의 4R 전략을 적극 도입했다.
이미 아이오페 슈퍼 바이탈 크림의 구조 변경을 통해 27% 이상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고, 프리메라 알파인 워터리 인텐시브 크림은 재생 플라스틱으로 용기를 만들었다. 이니스프리는 최근 출시한 비자 트러블 스킨케어 세트에 플라스틱 선대를 제거하고 재활용이 용이한 펄프 몰드 소재를 적용해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였다. 지난해 10월말에는 리필 스테이션을 열기도 했다.
LG생활건강도 무색 페트 사용과 단일 재질 친환경 펌프 사용 등 순차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로 대체, 플라스틱 사용량을 대폭 줄이고 있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튜브를 종이로 대체한 종이 튜브를 개발해 선보였다. 불가피한 캡을 제외하고 본체를 모두 종이로 대체, 기존보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80%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로레알코리아도 뷰티 패키징 기업인 알베아와 공동으로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최초의 종이 기반 튜브를 개발, 지난해 5월 라로슈포제 선크림에 적용했다. 최근엔 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활용한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패키지를 선보였다.
아로마티카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PCR 용기를 적용하는 한편 리필팩 제품을 선보이는 등 친환경 패키지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쥬스투클렌즈는 친환경 택배 시스템을 도입, 기존 완충을 위해 사용된 플라스틱 에어캡을 버블 페이퍼로 대체했다. 버블 페이퍼는 100%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크라프트지로 제작됐다. 뉴스킨코리아는 튜브와 보틀에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를 적용한 뉴트리센셜즈 바이오어댑티브 스킨케어 라인을 선보였다.
비건 화장품 멜릭서는 지난달말까지 6주간 플라스틱 프리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공간의 모든 요소를 종이와 나무 등 100% 재활용 및 폐기 가능한 소재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용기 소재를 개발, 공급하고 있는 SK케미칼은 이미 2010년부터 친환경 소재 분야의 리딩 컴퍼니를 내세워 바이오 플라스틱 등 친환경 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페트를 재활용해 화장품 용기용 고투명 소재로 재탄생시킨 ‘에코트리아’를 출시했다. 에코트리아는 EU의 플라스틱 사용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속 가능 패키징 소재 개발’ TF를 구성한 것을 바탕으로 개발한 소재다. 무엇보다 두껍게 만들어도 투명하고 밝은 색을 유지,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의 관심이 높고 실제 에스티로더를 포함한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에 적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