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큰손' 몰려온다 … 화장품 업계 '들썩'

"유커 소비 예전만 못할 것" 우려에도 상권 회복 기대감 커

CMN 특별취재팀 기자 cmn@cmn.co.kr [기사입력 : 2023-09-22 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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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의 귀환과 화장품 업계 동향


중국 정부가 지난 8월 10일, 6년 5개월 만에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면세점백화점화장품 등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遊客)은 씀씀이가 큰 고객이기 때문이다. 유커의 면세점 객단가는 개별 외국 관광객의 3배 이상이다.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대표 상권인 명동에선 문을 닫았던 로드숍들이 재오픈하고 신규 매장 추가 오픈이 잇따르고 있다. 매장 앞에는 한동안 사라졌던 중국어 모객 간판이 다시 등장했고, 중국어 회화가 가능한 직원들이 전진 배치되고 있다. 면세점과 백화점도 유커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 준비에 한창이다.

여기에 우리 정부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9월 4일 유커 유치 활성화를 위한 ‘중국인 방한 관광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유커 대상 전자비자 발급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고 항공 노선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커의 구매 파워가 예전같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중국 내수 부진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데다 사드 사태 이후 계속된 한한령으로 한류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애국소비(궈차오) 열풍도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선 중추절과 국경절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가 중국인 단체관광의 회복 정도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소비침체로 예전만큼 씀씀이가 크지는 않지만 동남아나 다른 외국인들에 비하면 여전히 큰손들이 많은 편”이라며 “이번 중국 국경절 황금연휴에 유커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명동 화장품, 유커 맞이 준비 한창

유커들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 상권이 코로나19 이전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 올들어 외국 관광객이 늘면서 닫았던 문을 다시 연 화장품 로드숍들은 중국 국경절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유커가 대거 몰려온다는 소식에 이들을 잡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명동은 한때 ‘K-뷰티의 메카’로 불렸다. 화장품 매장이 한 집 건너 하나씩 있을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2017년 3월, 사드 보복 조치로 한한령(한류 금지령)을 내렸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유커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화장품 매장들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들어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이니스프리, 스킨푸드, 토니모리 등 1세대 로드숍의 명동 복귀가 잇따랐다. CJ올리브영은 지난 8월 18일 명동점을 신규 오픈했다. 올리브영은 명동에서만 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올리브영이 K뷰티 쇼핑 명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이니스프리는 지난 6월 명동에 신규 매장의 문을 열었고 에뛰드는 올해 명동1번가점과 명동중앙점 2개 매장을 오픈했다. 토니모리는 지난해 명동에 3개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지난 5월 명동1번가점을 추가로 개설했다. 스킨푸드도 명동 유네스코점 신규 매장을 열었다. VT코스메틱은 지난 8월 명동역 6번 출구 인근에 명동점을 새로 오픈했다.

명동 상권은 중국 정부의 이번 한국 단체관광객 허용 조치를 일제히 반기는 분위기다.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뽑는 등 유커 맞이에 나섰고 중국어 안내문을 전면에 내건 곳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명동관광특구협의회(회장 김병희)는 지난 8월 28일 롯데면세점과 협약을 체결하고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명동관광특구협의회는 명동을 한국의 대표 관광, 쇼핑 중심지로 알리기 위해 1983년에 설립됐으며, 명동 지역 300개 업체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명동관광특구협의회와 롯데면세점은 이번 협약을 통해 관광객 유치를 위한 공동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관광 1번지 명동’의 명성을 되찾는다는 계획이다.

명동의 화장품 매장들도 중국 단체관광 재개에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유커 맞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는 외국인 상권 특화 프로모션과 구매 증정 사은품 증정 등 관광객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 고객들이 브랜드 및 제품 정보와 프로모션 혜택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중영문 안내를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의 네이처컬렉션은 매장 내 중국어 안내 책자, 중국어 가능 판매 상담원을 늘리기로 했다. 네이처리퍼블릭도 최근 중국 현지의 관광 예약 채널 및 국내 명동 등 소재 관광안내소에 브랜드를 노출하는 등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특히 명동 매장에 중국어 이미지 연출물과 포스터 등을 보강했다. 또한 시트마스크, 수딩젤 등 해외 스테디셀러 품목들을 묶음 진열로 포장, 판매하고 대량 구매 고객에겐 대형 여행용 가방을 증정한다. 토니모리 역시 명동 매장에 중국어에 능통한 직원을 채용하고 골드 24K 스네일크림, 펀(FUN) 디자인 제품 등 중국인들에게 인기있는 제품을 전면 배치했다.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직원 A씨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졌고, 특히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어 중추절(9월 29일)과 국경절(10월1일) 황금연휴가 대목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올 하반기 220만명 방문 예상

한국은행은 지난 8월 30일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올 하반기 중국인 관광객이 약220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싱가포르와 유사한 속도로 늘어난다고 가정했을 경우다.

최근 우리나라 중국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46% 수준(23.7월 기준)으로 여타 외국인 관광객에 비해 회복이 더딘 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단체관광이 허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관광객 수가 2019년의 절반 수준으로 회복됐는데, 주요 아시아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의 회복률은 싱가포르보다 낮지만 일본, 태국 등에 비해서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8월 10일 중국 정부가 2017년 이후 6년 5개월여 만에 자국민들의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중국인 관광객 수의 회복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체관광 중단 이전 전체 중국인 관광객의 약 40%가 단체관광이었던 점, 한국과 중국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점 등을 고려할 때 단체관광 재개가 방한 중국 관광객 회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재개 발표 직후 중국 주요 여행사가 한국 단체관광 상품을 출시하고, 제주도 내 크루즈선 기항 신청이 내년 3월까지 마감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또한, 같은 시기에 단체관광이 허용됐음에도 태국보다 싱가포르의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은 중국인의 해외여행이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싱가포르와 유사한 속도로 늘어난다고 가정할 경우, 중국인 입국자 수는 금년 하반기중 약 220만명을 기록하고, 내년에는 금년보다 증가 폭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본격적인 관광객수 회복 효과가 중국 3대 연휴 중 하나인 국경절 연휴(9.29일~10.6일) 기간에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중국인 입국자 수는 올 4/4분기에 85%까지 회복될 전망이다.

면세업계, 유커 대상 프로모션 경쟁

면세업계도 다시 한국을 찾은 유커들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면세점들은 유커들을 겨냥한 각종 프로모션과 쇼핑 편의는 물론,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여행 가이드를 초청해 설명회를 여는 등 유커 맞이에 여념이 없다.

통상 유커는 객단가가 가장 높은 고객으로 꼽힌다. 유커의 면세점 객단가는 개별 외국 관광객의 3배 이상이다. 업계에선 이들이 귀환하면서 본격적인 수혜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일부에선 유커의 귀환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23일, 150여명의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을 방문해 약 1시간 동안 면세쇼핑을 즐겼다. 롯데면세점 측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에 100명 이상의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방문한 것은 2017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라네즈, 메디힐 등 K뷰티 제품과 샤넬, 랑콤 등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를 주로 구매했고, 감귤 초콜릿과 조미김 등 식품을 사갔다. 다음 날인 24일 오후에도 270여명의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을 찾았다.

롯데면세점은 외국인 관광 1번지인 명동 중심부에 위치한 명동 본점과 잠실 월드타워점의 쇼핑 인프라를 활용해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여행사 대표단과 함께 지난 9월 6일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을 찾은 두시엔중(杜忠) 중국여행업협회장은 “중국 아웃바운드 관광업계는 방한상품 기획 및 여행객 모집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며 “한국은 면세점과 로드숍 등 쇼핑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맛집과 볼거리 등 콘텐츠가 풍부해 중국 현지에서 손꼽히는 여행지다”라고 말했다.

남궁표 롯데면세점 판촉부문장은 “중국이 황금연휴를 앞두고 있고, 정부가 최근 중국인 방한 관광 활성화 방안을 발표해 인센티브를 확대함에 따라 유커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롯데면세점은 현지 에이전트는 물론, 국내 여행사 및 가이드와 협력해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고객 혜택을 확충해 차별화된 면세쇼핑 경험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 ”고 밝혔다.

무엇보다 신세계면세점은 중국 여행객들이 편리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위챗페이’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위챗페이는 중국 소비자들이 애용하는 텐센트 그룹 산하의 커뮤니케이션 및 소셜미디어 플랫폼 ‘위챗(WeChat)’에 기반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위챗페이와 좋은 파트너 관계로 협업을 진행해 왔으며, 다시 중국 단체 관광이 허용됨에 따라 더욱 적극적으로 다양한 혜택과 프로모션을 함께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 측은 K뷰티와 관련, 명동점 기준 231개로 오프라인 기준 업계 최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 어필할 계획이다. 설화수, 후 등 빅브랜드 외에 최근 떠오르고 있는 템버린즈, 리쥬란, 조선미녀, 마녀공장 등을 속속 입점시켜 해외 관광객 맞이를 마쳤다.


중국인 관광객 입국 목적 ‘쇼핑’


중국의 경기가 리오프닝 이후에도 좀처럼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여러 지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중국 경기가 부진하다 보니,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입국을 하더라도 소비 여력이 충분한가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한국을 관광 목적지로 선택한 주요 목적이 쇼핑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의 선택 요인으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70% 이상의 관광객이 쇼핑을 꼽았다. 코로나19 이전의 조사 결과이지만, 현재도 여전히 중국인의 한국 선택 요인 중 하나가 쇼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중국 OTA인 씨트립에 올라온 상품 중에서는 첫째 날 면세점 쇼핑만이 여행 코스로 들어가 있고, 2~3일차에는 자유여행으로 구성된, 오직 쇼핑을 목적으로 하는 상품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 이를 일정 부분 증명한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한국에 입국한 이후 쇼핑을 줄이기보다는 여행을 미루는 것이 적절한 선택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구매력은 충분할 것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씨트립에 게재된 14개 여행 상품에 목적지별 포함된 횟수를 보면, 신라면세점 10회/화장품 판매점, 청와대 9회/고려인삼 판매점, 경복궁 8회로 가장 많았다. 여행 상품의 쇼핑 시간 할애 비중은 평균 29% 수준이며, 쇼핑 시간 내 채널별 비중은 면세 45%, 화장품 32%, 건강기능식품 판매점 23% 정도 기여한다.

유커 연령층 4050 … 면세점 선호할 듯

업계 동향을 종합해 보면, 올 상반기까지 중국인 관광객의 유통업태 선호도는 면세점보다 H&B스토어나 백화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이공 중심으로 갖춰진 면세점 MD는 한국의 최신 문화를 소비하고 싶어하는 관광객에게 제대로 소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들은 올리브영과 백화점에서, 최근 떠오르는 화장품과 의류, 액세서리 등을 구매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20~30대의 젊은 개별 관광객들은 한국의 최신 문화에 대한 관심이 큰 연령층이기 때문에 H&B스토어나 백화점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유커의 주요 연령층은 40~50대 이상일 것이고 가족 단위의 여행객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한국하면 떠오르는 브랜드와 아이템에 대한 소비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해당 브랜드와 아이템의 MD는 이미 면세점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면세점 수요는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 채널 정책 변화가 변수

중국인 단체관광 상품에서 면세 방문에 많은 시간을 배정하고 있어 면세 채널의 정책 변화가 면세 회복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연초부터 면세 시장이 급감하며 상반기 누적 30% 감소했는데, 이는 면세 채널이 일괄적으로 송객수수료를 낮췄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송객수수료가 기여했던 따이공의 가격 경쟁력이 급격하게 하락하며 면세 판매액이 급감한 것이다. 또한 면세 시장의 90%를 구성하는 화장품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면세 채널이 현재의 정책을 고수하는 한, 따이공이 형성했던 예전 규모로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특히 중국 단체 관광객의 증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역마진의 기존 환경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하나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면세 시장이 2023년 43% 성장, 2024년 27% 성장할 것을 전망하고, 관광객 증가가 대부분의 성장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따이공 비중은 23년 58%→ 24년 51%→ 25년 48%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면세 채널에선 송객수수료를 더 낮추기 어려우며, 따이공의 재고 또한 상당히 슬림화되어 수요가 더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면세업계 업황 호조 시에는 면세 채널 간 경쟁이 심화되고 송객수수료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저가 단체 관광 상품도 증가하고, 이를 통해 스몰따이공의 활동 또한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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