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클리오의 추락, 탈출구는 '처음처럼'
[CMN 문상록 편집국장] 1만원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는 나락의 현장.
한때 잘나가던 화장품 기업 ‘클리오’ 주가의 현주소다.
2016년 11월 공모가 4만 1,000원으로 호기롭게 출발한 클리오의 주가가 불과 채 2년을 넘기기도 전에 1만원을 겨우 넘는 수준을 유지하면서 한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뒤늦게 브랜드숍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빠른 성장 속도로 한 때는 기존 브랜드숍들을 위협하면서 색조전문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혔던 클리오가 현재의 모습으로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수의 전문가들은 결정적인 이유로 중국의 사드보복을 꼽고 있다.
중국으로의 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클리오로서는 사드 보복이 치명타를 가한 결정적 요인이었다. 하지만 클리오가 현재의 모습으로 추락한 이유는 따로 있다.
‘잘난 맛에 산다’는 옛말이 클리오의 추락을 부추긴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90년대 초반 색조전문 브랜드로 시작한 클리오는 당시 일본을 비롯한 유럽의 메이크업 브랜드를 모방하면서 전문점 시장에 슬쩍 발을 들여 놓았다.
당시 제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독창적인 제품보다는 잘나가는 해외 브랜드를 모방하는 수준이었다. 단순한 모방을 넘어 클리오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브랜드들의 제품 생산 공장까지 추적한 끝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인터코스를 만나면서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제품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독특하고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가면서 전문점 시장에서 굳건하게 입지를 구축한 클리오는 거점 영업이라는 이름으로 한정된 전문점에게만 제품을 공급하는 원칙을 고집했지만 결국 매출 지상주의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거점 영업의 초기 모습을 저버리고 제품을 요구하는 전문점 모두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배신(?)의 길을 선택하면서 전문점 시장에서 좋았던 평판을 잃어갔고 급기야는 전문점 영업을 접는 시점에서는 그동안 회사와 전문점과의 가교 역할을 담당했던 대리점에게도 반품사절이라는 명목으로 갑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와 상처를 안기는 깔끔하지 못한 모습으로 전문점 시장을 마감했다.
이후 브랜드숍 시장에 뛰어들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중국으로부터 러브콜이 쇄도하면서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던 클리오.
기업 상장을 통해 창업주는 잭팟을 터뜨렸지만 배신의 오만했던 본색을 드러내면서 결국 현재의 모습으로 전락했다.
외부와의 소통 부재를 비롯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원칙 아닌 원칙으로 자기 입맛에 거슬리면 과거의 은혜를 헌신짝 버리듯 하는 클리오 만의 본성이 결국 자기 발등을 찍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다수의 사람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기업이 성장하고 배가 부르면 과거의 초라했던 기억이 지워지곤 한다. 결국 한때는 자신에게 도움이 됐을지라도 지금은 자신보다 못해지면 결국 이를 무시하는 소식은 너무 많이 전해진다. 클리오도 결코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평판이다.
그것이 지금의 클리오 모습이다. 주위에서 도움을 주었던 많은 기업과 사람들을 잃은 클리오로서는 치명적인 상처다.
특히 현재의 추락이 끝이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성장 원동력을 잃은 클리오의 재기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지는 않고 있다.
더 이상 떨어질 때도 없는 클리오로서는 이번 기회에 자신을 돌아보면서 주변에 감사하고 의리를 지킬 줄 아는 창업 초기의 모습으로 거듭 태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