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CK, 포장재 등급 평가 적용 화장품 분야 제외 요구

제도개선 백서 발간 기자회견 … 조제관리사 자율시행, 제조원 삭제 등 13건 건의

신대욱 기자 woogi@cmn.co.kr [기사입력 : 2019-12-03 15: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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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N 신대욱 기자]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이달 25일부터 의무화되는 포장재 재질 등급 평가와 표시 적용에서 화장품 분야를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유기농, 천연 화장품 표시 광고 범위와 판매증명서 제출 요건 개선, 제조원 표시 삭제, 수입 통관시 전자문서 인정,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자율 관리, 기능성화장품 인체적용 시험 자료 확대 등 모두 13가지 개선 사항을 한국 정부에 건의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ECCK 백서 2019 발간’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이번 백서는 화장품위원회를 비롯해 20개 산업별 분야의 규제 이슈와 한국 정부에 제시하는 180여개의 건의사항을 담고 있다.


ECCK 화장품위윈회(위원장 크리스티앙 마르코스 아르나이 엘오케이 대표)는 이번 백서를 통해 무엇보다 오는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자원재활용법은 지난해 12월 24일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이에 따른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도 올해 8월 입법예고하면서 시행을 앞두고 있다. 재활용이 어려운 용기 사용을 금지하고 재활용의 용이성에 따라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등 4개 기준으로 포장재 재질 등급을 평가하고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뼈대다. 이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등급에 따라 환경개선부담금을 최대 30% 초과 부담해야 한다.


ECCK 화장품위원회는 트렌드 변화에 민감해 짧은 주기로 신제품이 출시, 다품종 소량 품목으로 생산, 관리해오고 있는 화장품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달라고 주장했다. 특히 화장품 용기는 철제 스프링 등이 포함되는 제품 구성 요소로 볼 때, 시행을 앞두고 있는 등급 평가와 표시 기준을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크다고 강조했다.


화장품위원회는 “화장품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 및 표시에 대한 적용 제외가 필요하며 부득이한 경우 화장품 용기 재질의 등급 평가와 표시기준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내년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맞춤형 화장품 관련 조제관리사 범위 문제도 지적했다. 맞춤형 화장품 법제화에 따라 국가시험으로 자격증을 발급하는 조제관리사 범위를 업계 자율로 맡겨달라는 요구다. 현행 맞춤형 화장품은 서로 다른 화장품이나 원료를 소분 및 혼합해 판매할 수 있도록 한 내용으로 이를 판매하려면 해당 매장에 반드시 국가시험을 통과하고 자격증이 있는 조제관리사를 둬야 한다.


화장품위원회는 “기본적으로 회사가 책임을 지고 조제관리사 계약과 가이드라인을 정해 충분한 교육을 통해 소분과 혼합이 이뤄질 것이므로 이를 벗어나는 행위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종 판매업자에게도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준다면 위법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화장품 원료를 혼합하지 않고 단순히 소분해 판매하고, 소분에 따른 오염도가 낮은 품목들은 맞춤형 화장품 범위에서 제외하길 바란다는 점도 밝혔다.


화장품 수입시 제조원을 표기하는 부분도 제조원 명칭과 주소를 삭제하거나 제조원 주소를 제조회사의 대표 주소로 표기할 수 있도록 건의했다. 다수의 제조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제조원이 바뀔 경우 제품의 조성이나 명칭이 바뀌지 않았음에도 매번 신제품으로 재등록해야한다는 문제 제기다. 위원회측은 본사에서 품질관리를 하고 있는 경우, 제조원 주소를 제조회사 본사의 대표 주소로 표기한다면 수입자뿐 아니라 국내 화장품 책임판매업자에게도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기농, 천연 관련 표시 광고와 SPF 표시 범위 확대 등의 이슈는 유럽 규정을 인정해달라는 요구다. 유기농, 천연 관련 표시 광고는 한국의 경우 자체 인증 기준에 맞지 않으면 이를 표시 광고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해외에서 통용되는 국제기준을 포함해 천연 관련 사항을 실증할 수 있으면 표시 광고를 허용해달라는 요청이다.


SPF 표시 범위 확대 요구는 현행 –20% 이하 범위내 정수를 허용하고 있는 것을 –30% 이하 범위내 정수로 표시하도록 확대해달라는 내용이다.


이밖에 △판매증명서 제출 요건 개선 △표준통관 예정보고 제출 서류 개선 △표준통관 예정보고 기재 항목 개선 △수입통관시 전자 문서 인정 △부당 표시‧광고 행위 금지의 제재 대상에 ‘행위자’ 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조사시 영장제도 도입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 요청 범위 및 형식 제한 등을 건의했다.


화장품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전 세계 화장품 시장은 친환경을 표방하거나 가성비가 좋은 제품, 개인 맞춤형 제품이 더욱 주목받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화장품 산업을 포함해 바이오헬스 분야를 지원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글로벌 규제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유럽연합 대사를 비롯해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ECCK 회장(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이사), ECCK 산하 각 산업별 위원회 위원장들이 참석했다. ECCK는 이날 백서에 담긴 주요 건의사항 발표와 함께 백서 발간 후 브뤼셀 유럽연합 본부에서 진행된 EU 통상담당 위원장 등 고위 관료들과 만나 논의한 백서 내용도 발표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ECCK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백서는 한국 정부에 전달하는 규제환경 개선을 위한 유럽업계의 소망을 반영한 건의사항들을 담았으며, ECCK는 이러한 권고안이 실행되면 모든 투자자들을 비롯해 한국 사회와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을 확신한다”며 “해당 백서가 한국과 유럽 당국간 건설적인 소통을 위한 주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유럽연합 대사는 축사를 통해 ECCK 백서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유럽집행위원회는 매년 백서를 발간하는 ECCK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한국에서의 기업활동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CCK는 이날 기자회견 이후 같은 장소에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초청, 오찬간담회를 갖고 이번 백서를 전달했다. 유 본부장은 ECCK가 그동안 한-유럽간 정부, 민간의 대표적 소통창구로 기여해준 것에 대해 감사인사를 전하며, 특히 2015년 이후 매년 백서를 발간하며 한국의 기업환경과 관련된 제도 전반을 조망하고 정책제안 활동을 하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ECCK가 제시한 2018년 백서 123건의 이슈를 관계부처와 협의, 검토결과를 회신했으며 이중 40%를 긍정 검토(123건중 17건 수용, 9건 부분 수용, 23건 기 조치, 17건 장기 검토, 57건 미수용)한 바 있다.


한편, ECCK는 유럽과 한국 간 무역, 상업, 산업적 관계 발전을 위해 설립한 비영리 단체로, 2012년 설립됐다. 현재 360여개의 유럽 및 국내외 기업들을 회원사로 보유하고 있으며 약 5만여명의 유럽기업인을 대표하고 있다. 이번 백서는 ECCK 출범 이후 내놓는 다섯 번째 백서다.


ECCK 화장품위원회는 엘오케이와 이엘씨에이한국, LVMH코스메틱스, 한국피앤지, 바이어스도르프코리아, 유니레버코리아, 샤넬코리아, 클라란스코리아, 카버코리아, 한국암웨이 등 18개사가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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