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CK, 위험물안전관리법서 화장품 제외 요구
무역장벽 백서 발간 … 유기농, SPF, 인체적용시험 관련 이슈도 제기
[CMN 신대욱 기자]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국내 위험물안전관리법 적용 대상으로 포함된 화장품을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천연, 유기농화장품의 표시 광고와 SPF 표시 범위, 화장품 인체적용시험 실시기관 지정, 어린이 사용 화장품 표시사항, 화장품 원료 목록 보고, 화장품 포장 기준 등 7가지 이슈를 내세워 해외 규정과 조화를 이루는 규제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ECCK 백서 2018 발간’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이번 백서는 화장품위원회를 비롯해 14개 산업별 분야의 규제 이슈와 한국 정부에 제시하는 123개의 건의사항을 담고 있다.
ECCK 화장품위윈회(위원장 발라카 니야지 한국피앤지 대표)는 이번 백서를 통해 우선 국내 위험물안전관리법에서 화장품을 적용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는 것은 실제 화장품 완제품의 위험도를 고려할 때 매우 불합리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국내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인화점이 250도 이하인 액체를 위험물로 규정, 대부분의 화장품이 이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또 미국이나 유엔에서 인화성 액체를 93도 이하, 유럽에서 60도 이하로 규정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매우 엄격한 규정이라는 설명이다. 더구나 EU의 위험물 분류 표시 및 포장에 관한 규정에서 화장품은 법 적용에서 제외돼 있다고 강조했다.
화장품위원회측은 “EU에서는 위험물이 아닌 제품이 한국에 수입되면 위험물로 분류되며, 한국의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른 제품 보관이나 유통 관련 규정은 매우 불합리하다”며 “한국의 화장품 및 의약품 규정에 따라 이미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 화장품과 의약외품 완제품의 경우 위험물안전관리법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천연, 유기농 화장품 표시 광고와 SPF 표시 범위, 어린이 사용 화장품 표시 사항, 화장품 인체적용 시험 실시기관 지정 등의 이슈도 유럽 규정을 인정해달라는 요구다. 우선 올해 3월 화장품법이 개정되면서 별도의 천연화장품, 유기농 인증제도를 도입한 것과 관련해 에코서트(Ecocert)나 코스모스(Cosmos), ISO, IFOAM, USDA NOP 등 국제적으로 공인된 인증기관의 기준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내 인증기준 뿐만 아니라 해외 인증도 포함시켜 국제적 조화를 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자외선 차단제 SPF 표시 범위의 경우, EU와 한국의 규정이 달라 SPF 지수 부분을 수정하기 위해 추가로 라벨링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U의 SPF 차단지수 표시기준은 낮음(6, 10)부터 중간(15, 20, 25), 높음(30, 50), 매우 높음(50+)까지 4단계로 나뉘어 있다. 국내는 SPF 지수 측정값의 –20% 이하 범위내 정수로 표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품의 SPF 측정값이 19인 경우, EU 규정에 따르면 SPF15로 표시되나 한국은 SPF 16~19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화장품 인체적용시험 실시기관의 지정 이슈는 지난 3월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화장품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문제제기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이 법안은 기능성화장품 심사자료 또는 화장품 표시‧광고의 실증자료중 인체적용시험 실시기관을 식약처장이 지정, 관리하고 이에 해당하는 기관의 자료에 한정해 인정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ECCK 화장품위원회측은 이미 식약처 고시 ‘기능성화장품 심사에 관한 규정’과 ‘화장품 표시광고 실증에 관한 규정’에서 시험 실시기관의 시설과 전문인력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하고 있어 중복 규제이며 업체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화장품의 효능 시험기관을 국가가 지정하는 해외 사례는 없으며 해외 기관이 지정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측은 “그동안 기능성화장품 심사로 인정받은 해외 자료가 더 이상 사용되지 못할 경우에는 규정의 차별성뿐만 아니라 심사의 신뢰성과 지속성에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규정에 부합하는 해외의 화장품 인체적용시험 실시기관의 자료도 현행대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린이 사용 화장품 표시사항은 지난 6월 입법 예고된 화장품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만 4세 이상 18세 이하 어린이가 사용할 수 있음을 표시 광고한 화장품에 한해 사용한도가 지정된 원료 함량 표시를 의무화한 내용에 대한 이의제기다. 미국이나 EU 등 해외사례를 보면 어린이용 화장품에 한한 사용상 주의사항, 사용상 금지사항, 사용방법 등의 정보 기재 요구는 하고 있지만 특정 원료 함량 명시 규정은 없다는 주장이다. 또 어린이의 범위도 사춘기 연령대까지 포함해 너무 광범위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밖에 화장품위원회는 배합량을 포함한 원료 목록을 수입 전에 보고해야하는 이슈와 화장품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포장 기준도 개선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EU대표부 대사와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ECCK 회장(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 크리스토퍼 하이더 ECCK 총장, 각 산업별 분과 위원회 위원 등이 참석했다. ECCK는 이날 백서에 담긴 주요 건의사항뿐만 아니라 백서 발간 후 진행된 ECCK 비즈니스 사절단의 EU 및 EFTA 본부 방문 성과 내용과 EU 통상담당 위원장 등 고위 관료들과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도 전달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ECCK 회장은 “ECCK는 350개 회원사로 이뤄져 있는데, 이들 기업의 직원만 5만명에 이를 정도로 한국내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과 한국의 교역량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백서는 100여명의 업계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3개월간 논의를 거쳐 한국내 규제환경 개선을 위한 유럽업계의 소망을 반영한 123건의 건의사항을 담고 있으며, 이러한 세부 건의사항이 반영된다면 투자자들을 비롯해 한국 사회와 경제 발전에도 기여하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미하엘 라이터러 대사는 “한국에게 EU는 두 번째 교역파트너로, 지난해만 양국의 교역량이 16% 증가할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며 “한국내 유럽기업들은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한국경제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오고 있는데, 일자리 창출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 백서가 지난해보다 두꺼워졌는데 양국간 소통이 잘 이뤄지면 문제는 얇아지리라 생각한다”며 “이번 백서는 한국정부와 협의를 통해 상호 인정하는 국제 표준을 늘리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속적인 투자 유지와 이를 통한 경제의 선순환을 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ECCK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유럽계 기업들의 협회로 2012년 비영리 법인으로 설립됐다. 현재 350여개의 유럽 및 국내외 기업들을 회원사로 보유하고 있다. 이번 백서는 ECCK 출범 이후 내놓는 네 번째 백서다.
ECCK 화장품위원회는 한국피앤지와 LVMH 퍼퓸스&코스메틱스코리아, 바이어스도르프코리아, 유니레버코리아, 샤넬, 클라란스코리아, 다우케미컬코리아 등 16개사가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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