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없는 명동 화장품 거리엔 '한숨만'
중국인 관광객 96.5% 감소···임대료 부담에 휴업 잇따라
[CMN 심재영 기자] 코로나19 확산 이후 화장품의 메카이자 외래 관광객의 필수 관광코스로 첫손에 꼽히는 명동이 활기를 잃었다. 특히 명동의 대표적인 업종인 화장품 매장은 두집 건너 한집이 문을 닫을 정도로 경영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일본 등에서 온 관광객들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토요일 오후, 중국인, 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과 노점상, 휴일을 맞아 쇼핑을 위해 들른 내국인들로 넘쳤던 몇 달 전과는 달리 이날은 인파가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어림잡아 명동의 전체 매장 중 절반 가까이 임시휴업 안내문이나 임대문의 현수막을 내걸고 문을 닫은 상태였다.
화장품 매장 중에는 로얄스킨, 디오키드스킨, 프리티스킨 등 중소 업체가 운영하는 매장 대부분이 임시휴업 중이고 네이처리퍼블릭 5개 매장 중 3곳이 임시휴업 중인 것을 비롯해 바닐라코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매장 중에서도 일부 매장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나마 운영 중인 매장도 손님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두달 간 명동 상권의 유동인구와 매장 방문객은 각각 76.8%, 90.6% 감소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오지 않아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매장들이 임시휴업이라는 고육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하듯 기획재정부가 지난 13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을 보면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국내 경제활동과 경제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수는 지난 1월만해도 전년 동월대비 23.8%가 증가할 정도로 많았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된 2월에는 76.1%가 줄었고 3월에는 무려 96.5%나 감소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운영이 어려워지자 명동 지역 건물주 대부분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임대료를 인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국 최고 수준인 임대료를 할인해도 이를 감당할 만큼의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매장이 대다수다. 게다가 세 부담을 우려한 명동 지역 건물주들이 최근 임대료를 6~7%만 인하하기로 하고 휴업 여부와 상관없이 임대료를 받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점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 매장 점주는 “월세를 조금 깎아줄 수 있냐고 건물주에게 문의했는데 건물이 여러 명의 명의로 되어 있어서 뜻이 모이지 않는다며 결정을 못 내렸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B 매장 점주는 “월 천만원 이상 벌어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데 코로나 이후 매출이 거의 없어서 휴업을 결정했다”면서 “명동 지역 건물주들이 6~7%만 인하해 주기로 결정했단 얘기를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없어 일단은 매장 문을 닫기로 했는데 건물주로부터 임대료를 면제해 주겠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