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과학재단, 2020년 신진 과학자 3명 선정

세포분자지도(노성훈), 조직 재생(이주현), 염색질 운동과 유전자 발현조절(조원기) 등 혁신적 연구 지원

박일우 기자 free@cmn.co.kr [기사입력 : 2020-09-15 13: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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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노성훈 교수, 이주현 교수, 조원기 교수.

[CMN] 서경배과학재단(이사장 서경배)은 2020년 신진 과학자로 노성훈 교수(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이주현 교수(University of Cambridge, Wellcome - MRC Cambridge Stem Cell Institute), 조원기 교수(카이스트 생명과학과)를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은 2016년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서경배과학재단을 설립했다. ‘생명과학 연구자의 혁신적인 발견을 지원해 인류에 공헌한다’는 비전 아래 매년 국내외 생명과학분야에서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한국인 신진 과학자를 선정하고 있다.


서경배과학재단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17명의 생명과학분야 신진 과학자를 선정했으며, 이들에게는 1인당 매년 최대 5억원을 5년동안 지급해 총 42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서경배 이사장은 “오랜 기간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생명과학·바이오 분야를 장기적으로 지원해 인류에 공헌하는 것이 제가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히며 다시 한번 서경배과학재단을 통한 장기적 지원을 다짐했다.


올해는 1월 연구제안서 공모를 시작해 임용 5년 미만의 생명과학분야 신진 과학자에게 총 67건의 연구제안서를 접수 받았다. 국내외 석학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본 심사에 오른 20개 제안서를 7월까지 서면 심사하고 9월에는 12개 제안서의 발표 평가를 통해 최종 3명을 선정했다.


노성훈 교수는 현대 구조생물학 연구방법의 한계 극복을 위해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 기반 세포 및 분자 이미징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세포 노화 및 질병 발생 기전을 연구하는 선도적인 주제를 제안했다.


이주현 교수는 폐섬유화증 환자로부터 만들어낸 폐 오가노이드(유사 장기) 모델을 이용해 만성 폐질환으로 손상된 폐 재생 복구 기작을 이해하고자 하는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를 보여줬다.


조원기 교수는 살아있는 단일 세포핵 내에서 초고해상도 이미징을 통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염색질의 단위체들과 핵내 구조체들의 4차원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연구를 제안했다. 생물학 연구의 오랜 숙제인 전사 조절 과정에 대한 이해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연구로 평가 받았다.


올해 ‘증서 수여식’은 10월 17일 개최 예정인 제 1회 서경배과학재단 심포지엄, “SUHF Symposium 2020”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올해 연구비 지원 3년차를 맞은 1기 선정자들의 연구 경과와 주요 이슈를 공유하고 연구 과정에서 부딪힐 수 있는 어려움과 고민, 향후 연구 방향 등에 대해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한편, 앞서 뽑힌 서경배과학재단 과학자들의 연구성과도 국내외 학계에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등 감염병 예방·치료에 기여한 정인경 교수(카이스트 생명과학과, 2018년 선정)와 주영석 교수(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2018년 선정)의 연구는 서경배과학재단이 강조하는 공익을 위한 생명과학분야 지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중증 코로나19 환자에서 나타나는 과잉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원인을 발견한 정인경 교수는 신의철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 서울아산병원 김성한 교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최준용·안진영 교수, 충북대병원 정혜원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학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과잉 염증반응은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라고도 불리며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다하게 분비돼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현상이다. 본래 유익한 사이토카인 중 1형 인터페론(type I interferon)이 중증 환자에게 특징적으로 강하게 나타남을 확인하고, 이 인터페론 1형이 과잉 염증반응을 촉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과잉 염증반응을 완화해 환자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는 후속연구를 진행중에 있다.


주영석 교수는 코로나19가 일으키는 심각한 호흡기 문제의 이해를 위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폐 조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최종 표적 세포로 여겨지는 인간 폐포 2형 세포(hereafter referred to as hAT2s) 모델에 대한 연구를 생물학 분야 온라인 아카이브인 ‘BioRxiv’에 공개했다. 향후 이 모델에 대한 후속연구를 통해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병리학적 특징과 회복에 대한 이해를 높일 것으로 보여진다.


유전질환 연구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아온 주영석 교수는 체세포 돌연변이에 의한 인체 세포 이질성 분석을 통해 유전 질환의 원인 연구를 제안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초연구 지원 사업인 ‘리더연구’에 선정됐다. 리더연구는 국내 과학기술 전 분야에서 69명 만이 지원 받고 있으며, 2020년 선정자 중 30대는 주영석 교수가 유일하다.


코로나19 등 감염병 관련 연구 외에도 서경배과학재단 과학자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도출해 국가 주도 과학연구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각종 수상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이정호 교수(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2017년 선정)는 '포스트 코로나, 포스트 휴먼: 의료·바이오 혁명'라는 주제로 9일 열린 실시간 온라인 국제포럼 'GSI-2020'에 연사로 참가했다. 이번 포럼에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극복과 바이오 장기, 유전자 가위 등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수명연장을 가능하게 할 기술과 인류의 미래에 관한 방안들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뇌질환 원인 규명 연구를 제안해 2019년 리더연구에 선정된 이정호 교수는 지난 7월 희귀 발달성 뇌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뇌 줄기세포 내 유전적 변이에 대한 뛰어난 연구 성과를 인정 받아 다케다제약과 미국 뉴욕과학아카데미(NYAS: New York Academy of Sciences)가 선정하는 제 3회 과학혁신가상(Innovators in Science Award)을 수상했다.


박현우 교수(연세대 생화학과, 2018년 선정)는 암 환자 사망 원인 90%에 이르는 암 전이의 원인에 대한 새로운 이론 규명을 제안하여 과기부가 올해 처음 시도하는 ‘과학 난제 도전 융합 연구사업’의 선도형 융합연구단 리더로 선정됐다.


지난 20년간 암 전이 이론을 지배하던 상피-중간엽 전이(EMT) 이론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세포 부착-부유 전이(AST)' 이론을 제시했다. 조직이나 세포에 부착된 고형암세포가 특정 조건에서 떨어져 부유하면 순환암세포로 변하는데 이 세포 역시 다른 조직이나 기관에 부착해 전이가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부착 암세포가 부유 암세포로 변환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원인을 밝히는 연구를 해오고 있다.


이은정 교수(Harvard Medical School & Boston Children’s Hospital, 2019년 선정)는 이미 발표 된 논문의 데이터를 재분석해 중대한 오류를 바로 잡는 논문을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해 주목 받고 있다.


논문 ’Somatic APP gene recombination in Alzheimer’s disease and normal neurons’ 에는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 인자인 APP gene의 체세포 복제 메커니즘 원인을 밝혔다고 주장했으나, 이은정 교수가 해당 논문의 전체 엑솜 시퀀싱 데이터 및 추가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 치명적 오류가 있음을 밝혀냈다. 오류가 밝혀진 논문은 발표 당시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임상적으로 연구가 확대되는 등 중요한 결과로 간주됐던 논문이었기 때문에 이은정 교수가 오류를 밝힌 반박 논문은 그 의미가 아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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