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화장품, 식약처에서는 아직 ‘발가락의 때’
[CMN 문상록 편집국장]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화장품은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질까? 아마도 발가락의 때 정도...
식약처의 업무 비중을 보면 식품 관련 업무가 약 70%를 차지하면서 압도적으로 높고 의약품과 의료기기 업무가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화장품 업무 비중은 나머지 5%에서 일부만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 업무 비중을 나누는 기준을 물었을 때 산업의 규모에 따른 배분이라는 답을 들었던 적이 있다. 당시에 화장품의 산업 규모는 의약품의 1/5 수준에 그쳤기에 충분히 수긍이 갔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화장품산업은 최근 몇 년 동안 큰 폭의 성장을 이어가면서 아직 식품에는 규모면에서 어린애 수준이지만 의약품은 따라잡을 만큼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과거의 공식이라면 화장품이 이제는 식약처로부터 중용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아직 식약처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화장품보다 훨씬 산업 규모가 작은 의료기기는 중용되고 있는 반면에 화장품은 아직도 뒷전에 머물고 있음이 최근 몇몇 사례에서 발견되고 있다.
우선 식약처장의 행보에서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화장품협회 총회가 식품이나 의약품협회 총회와 겹치면 우선순위에서 밀려 식약처장을 내줄 수밖에 없었던 화장품협회가 총회 일정을 2월 초순으로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바이오의약품협회에 식약처장을 내주는 수모(?)를 겪었다.
같은 시작에 동시에 치러진 대한화장품협회 총회와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총회 중 식약처장의 선택은 바이오의약품협회였다.
식약처의 요직의 인사나 국회의원 상당수가 제약 또는 의약업계 출신이어서 이들의 입김으로 화장품이 상대적으로 대접을 못 받고 있을 수도 있지만 화장품이 정부에서 눈여겨보는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은 만큼 이제는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아야 마땅함에도 아직 의약품에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다는 사실에 씁쓸함만 뒤따른다.
또 지난 8일 열렸던 ‘중소기업 규제혁신 간담회’에서도 식품을 비롯해 의약품과 의료기기 관련 협회나 단체를 다수 참석시킨 가운데 화장품은 기업 단 한 곳만 참석시켜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폭풍성장을 하고 있는 화장품이 정부의 눈길을 끌기 시작하자 식약처도 화장품 발전에 앞장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협실과는 거리가 많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화장품산업 진흥을 위해 화장품산업발전기획단을 발족시키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면서 중장기 계획을 세워 종합 발전기획을 발표하기에 이른데 반해 식약처는 말로만 화장품을 발전시키겠다는 부도수표(?)만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업계에서는 ‘식약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는 속설이 나돌 정도로 식약처에 대한 불신의 골은 생각보다 깊다.
이처럼 화장품 업계는 말로만 하는 인사치레보다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업계 발전을 위한 행정을 더 바라고 있다.
보여주기 위한 쇼맨십이 아닌 큰 것이 아니어도 진심으로 업계를 위한 식약처로 변모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