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매출 37.6%↓…그 마저도 화장품 덕
작년 매출 2018년보다 적어…중국 따이궁 의존도 너무 커
[CMN 심재영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끊기면서 국내 면세업계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3분의 1 가량 줄어드는 등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면세점 매출에서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면세점에 화장품이 없었다면 지난해 면세점의 매출 하락 폭은 더욱 컸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면세점 화장품 매출의 대부분은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에 의한 것으로,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5조5051억여 원으로, 전년도인 2019년 24조8586억여 원에 비해 37.6% 감소했고, 2018년 18조9601억여 원보다도 3조4천억원 가량 적었다.
지난 한해 동안 면세점을 이용한 사람은 내국인 738만1259명과 외국인 328만8417명을 합친 1066만9676명이다. 지난해 면세점을 이용한 내국인이 외국인의 두 배가 넘지만 외국인을 통한 면세점 매출액은 14조5854억여 원으로 전체 매출의 94.1%를 차지했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상세품목별 매출액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화장품의 정확한 매출금액을 알 수는 없지만 품목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 면세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여행객의 소비 성향을 분석한 결과, 화장품‧향수가 전체 구매의 55%를 차지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화장품 및 향수 카테고리 중에서도 니치 향수 브랜드가 가장 많이 판매됐는데 딥디크, 조말론런던, 크리드, 바이레도, 르라보 등 5대 프리미엄 니치 향수가 판매 상위권을 모두 차지했다고 전했다.
면세점에서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는 사실은 통계청의 2020년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 자료의 인터넷 면세점 매출액에서도 나타난다. 이 금액은 출국하는 내국인이 온라인 면세점 몰에서 구입한 액수와 국내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외국인이 역시 온라인을 통해 구입한 액수를 합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 면세점의 화장품 매출은 4조9421억원으로 전체 5조73억 원의 85.1%를 차지했고 전년도 4조8608억 원보다 소폭이나마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면세점의 온라인 매출을 국적별로 보면 중국이 87.7%로 가장 많고, 미국 3.9%, 일본 3.3% 순이었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중에서도 ‘따이궁’으로 불리는 중국인 중간판매자들 때문이라는 것이 면세업계의 분석이다.
한국 면세점에서 수입 명품 화장품 브랜드를 중국 현지 소비자가보다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50%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데다가 한국 면세점에서는 정품만을 팔기 때문에 한국 방문 시 2주간의 자가 격리를 감수하면서까지 한국 면세점을 방문한다는 것이 면세점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특히 올해부터 정부가 ‘수출 인도장’을 운영하기로 하면서 따이궁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작년까지는 한 사람이 면세점에서 구매하는 수량과 액수에 제한이 있었고, 출국할 때 모든 물품을 한꺼번에 가지고 나가야 했는데 수출 인도장을 이용하면, 두 달 동안 얼마든지 구매해서 출국 전에 여러 번에 걸쳐 나눠서 부칠 수 있다.
다만 사전에 수출 인도장을 이용하겠다고 등록해야 하고, 면세점별로 자신의 회사에 등록한 외국인은 반드시 출국시켜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된다.
이에 따라 중국 따이궁이 인터넷 면세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80%대인데 앞으로는 90%에 육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화장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소수의 따이궁이 국내 면세점 매출을 좌지우지할 정도라니 기가 막힌다”며 “면세사업의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모두가 고심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