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장품 시장 트렌드
[CMN 심재영 기자] 일본에서는 메이크업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높아져 남성 전용 메이크업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류가 인기를 끌면서 K뷰티도 성과를 내고 있다. 모든 연령대에서 헤어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 연예인들이 이용하는 헤어살롱과 살롱 전문 헤어케어 제품 구매가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2024년 글로벌 코스메틱 포커스 1호(중국, 일본편)에서는 일본 화장품 시장 이슈 및 트렌드를 중심으로 전문가 칼럼, 시즌별 인기 제품 및 요인 분석 등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일본 소비자들의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현지에서 유통되는 제품을 넘어 한국에서 인기있는 제품은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적극적으로 찾아 구매하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며 “우리 생각보다 더 한국 화장품에 관심이 많고 정보 취득과 구매에도 적극적이므로 현지 마케팅 뿐만 아니라 국내 레퍼런스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남성 메이크업 소비량 증가
일본 화장품 시장은 매년 2.4%씩 성장해 2023년 459억 6,000만 달러(한화 약 61조 3,106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메이크업 시장은 지난 3년간 11.1%씩 증가해 전체 품목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시기에 관리를 시작하며 피부미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일본 남성 소비자들이 마스크를 벗으면서 메이크업에도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깔끔한 피부를 연출하기 위한 베이스 메이크업뿐만 아니라 아이브로우, 아이라이너와 같이 기존에는 선호하지 않던 제품군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알파세대와 Z세대를 중심으로 남성 메이크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 아이돌의 영향으로 ‘남성적’이지 않고 깨끗하고 청량한 이미지를 갖고 싶어하는 남성들이 많아졌다.
Z세대 남성들 사이에서 눈 밑 애교살에 밝은 색의 아이섀도나 아이라인을 그려 눈을 귀엽고 커보이게 하는 눈물주머니 메이크업이 인기다. 일본 화장품 기업 맨담(Mandom) 조사에 따르면 Z세대 남성의 80%가 이러한 메이크업 룩에 관심을 보였다.
이에 따라 맨담 산하 브랜드 갸스비(Gatsby)는 초보자도 자연스럽게 애교살을 연출할 수 있는 아이라이너를 출시했다.
기존에는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젠더리스(Genderless) 제품이 주를 이뤘으나 남성 메이크업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일본 화장품 기업들은 남성 피부에 맞춘 전용 메이크업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일본 화장품 기업 가오는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 언릭스(UNLICS)를 론칭했다. 언릭스는 수염 자국을 가릴 수 있는 주홍빛 메이크업 베이스와 같이 젠더리스 제품보다 더 세분화된 제품들을 출시하며 주목받았다.
일본 잡화점 쓰리코인즈(3 COINS)도 올 2월 맨즈 코스메틱 라인 게나우(GENAU) 시리즈를 선보였다. 게나우는 BB크림, 컨실러 펜슬, 클렌징 폼, 크림, 네일 오일, 향수 등 총 18종으로 구성돼 있다. 사용하기 쉽고 저렴한 가격으로 초보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한류 열풍에 살롱 제품 구매 확산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일본 헤어케어 시장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전체 일본 화장품 시장 중 두번째로 큰 시장이다.
일본 소비자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헤어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뉴스 보도 사이트 PR타임즈(PR Times)는 일본 Z세대의 염색 및 탈색 인구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Z세대 뿐만 아니라 40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모발 색에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잦은 염색과 탈색이 두피 및 모발 손상으로 이어졌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헤어케어 제품들이 염색 인구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이에 부합하기 위해 기업들은 모발 개선을 위한 컨디셔너와 트리트먼트 제품 출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어노브 등 화장품 분야 강국인 한국의 헤어케어 제품들도 현지 매체에 자주 소개되고 있다. 목욕을 마친 후 모발에 바르고 씻어내지 않는 트리트먼트, 손상케어용 오일, 광택을 주는 스타일링 세럼, 수분 공급 샴푸, 헤어 팩 등이 인기다.
한국 헤어케어 브랜드 모레모가 출시한 노워시 타입 트리트먼트도 저렴한 가격과 효과로 K뷰티에 관심있는 일본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모레모 트리트먼트 제품은 보습에 특화된 밀크 제형과 손상모 복구에 특화된 오일 타입 등이 있다.
한국 헤어 제품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면서 K팝 아이돌과 배우들이 사용하는 살롱 전문 제품들이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 뷰티 트렌드에 주목하는 소비자들은 한국 연예인들의 명성과 더불어 살롱 브랜드들이 제공하는 고품질 제품과 서비스를 신뢰하고 있다.
다수의 유명 아이돌과 배우가 다녀 인기있는 제니하우스는 최근 일본 시장에 볼륨 샴푸, 에센스 미스트, 노워시 크림 등으로 구성된 더블 시카 헤어케어 시리즈를 출시했다.
한국 헤어케어 브랜드 커리쉴(Curlyshyll)은 한류 연예인들의 스타일링을 담당하는 미용사들과 한국에서 인지도 높은 살롱을 운영하는 전문가들 10명이 제품 개발에 참여해 인지도를 얻었다. 드라이와 고데기의 열로 손상된 모발을 코팅해 부드러운 머릿결을 지킬 수 있는 헤어케어 마스크가 가장 인기 있다.
한국 화장품, 현지화로 일본 시장 공략
일본 뷰티 플랫폼 립스(LIPS)에 따르면, 일본 소비자들의 약 60%가 아시안 코스메틱을 연상할 때 한국 화장품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한국 메이크업 브랜드 라카(Laka)는 2023년 1~3분기 매출 중 해외 매출이 70%에 달하는데 대부분 일본에서 발생했다. 2023년 11월에는 립 제품 판매액으로만 1억 4,000만 엔(한화 약 12억 4,006만 원) 이상의 수익을 내기도 했다.
또한, 마녀공장은 같은 기간 234억 원의 매출을 일본에서 달성했다. 해외 매출의 약 60%에 해당한다.
현지 매체들은 이러한 상승세의 주요 요인을 한류 문화에 대한 일본 Z세대의 애정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Z세대는 한국발 뷰티 트렌드를 ‘최첨단’, ‘멋’이라고 생각한다.
2023년 초 한국 브랜드 롬앤(rom&nd)은 일본 편의점 로손(Lawson)과 합작해 메이크업 브랜드 앤드바이롬앤(&nd by rom&nd)을 론칭했다. 작은 가방을 선호하는 10~20대 소비자 취향을 고려해 일반적인 화장품 보다 적은 용량으로 제작했고, 저렴한 가격의 소비재가 많은 편의점 특성을 고려해 가격을 낮췄다. 이 제품은 출시 3일 만에 립스틱,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아이섀도, 파운데이션, 네일 등 약 30만 개 제품을 판매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23년도 2분기 롬앤의 해외 매출은 90%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앤드바이롬앤의 성공으로 일본 매출액은 73% 증가했다.
2024년 2월 출시한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 유슬리(Uthly)는 한국의 멋에 관심이 많은 일본 소비자들을 공략한 브랜드다. 트러블이 자주 생기는 젊은 소비자층을 고려해 칼라민(Calamin) 성분으로 가려움 완화 및 진정 효과가 있는 액상형 스팟 제품을 출시했다.
인스타그램과 엑스(X)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치며 온라인 정보 탐색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VT코스메틱, 에센스 부문 1위
일본 대표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스킨케어 상위 10개 인기 제품을 2023년 9월부터 2024년 2월까지 6개월간 분석한 결과, 시트형 마스크, 클렌징 오일, 선케어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다양한 시트 마스크 제품 중에서도 편리하게 뽑아 쓸 수 있는 제품이 2024년 2월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클렌징은 오일 뿐만 아니라 각질 제거까지 가능한 폼 타입의 수요가 많았다. 민감성 피부용 고보습 토너도 인기 순위에 포함됐다.
인기 상위 10개 제품들 중 절반 이상이 일본 현지 브랜드 제품이다. 한국 VT코스메틱, 독일 니베아, 프랑스 라로슈포제 등이 이름을 올렸으나 자국 브랜드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VT코스메틱은 시트형 마스크 외에도 클렌징 폼과 에센스가 순위에 올라 일본 내에서 브랜드 입지가 높은 편임을 입증했다.
에센스 부문 1위 인기 제품은 한국 브랜드 VT코스메틱의 리들샷 100이다. VT코스메틱은 일본 MZ세대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품질을 갖춘 가성비 좋은 제품이라는 뜻의 쁘티프라(Petit Price) 열풍이 지속되면서 가격 경쟁력과 제품력으로 입소문이 난 브랜드다.
2024년 2월부터는 배우, 가수 등으로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키타무라 타쿠미를 새로운 앰버서더로 선정해 현지화를 꾀하고 있다.
리들샷 100은 가늘고 미세한 바늘이 각질층을 뚫고 유효 성분이 피부 깊숙이 도달 수 있는 길을 만들어 피부 결이 정리되고 염증을 완화시킨다는 점을 내세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마스카라 부문 인기 1위, 롬앤
일본 아마존의 메이크업 상위 10개 인기 제품을 2023년 9월부터 2024년 2월까지 6개월간 분석한 결과, 각각 브랜드는 다르나 메이크업을 고정시켜주는 메이크업 픽서 제품이 동일하게 1위를 차지했다.
전반적으로 베이스 메이크업부터 포인트 메이크업 제품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의 화장품들이 순위에 올랐다. 특히 립 제품류보다는 쿠션 파운데이션과 같은 피부 표현이나 아이라이너, 아이브로우 펜슬 등 눈 주변을 위한 제품군이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인기 상위 10개 제품 중 4개가 코세, 케이트, 세잔느로 일본 로컬 브랜드 제품이다. 이에 못지 않게 한국 브랜드 화장품이 순위 대부분을 차지하며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 브랜드는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들이 상위권에 올랐으며, 유일하게 순위에 오른 미국 브랜드 메이블린은 마스카라가 인기 제품에 포함됐다.
아이브로우 마스카라 부문 인기 1위 제품은 한국 브랜드 롬앤(rom&nd)의 한올 브로우 카라(Han All Brow Cara)다.
롬앤은 소비자를 롬앤의 팬이라고 인식하며 팬과 가까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에는 아이돌이나 배우를 배제한 모델 오디션을 개최해 소비자와 친밀한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2024년에는 학창 시절 친구와 함께 롬앤 제품으로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우정 컨셉 캠페인을 도입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이들의 우정을 강조한 친근한 컨셉을 보여주면서도 제품 정보, 발색, 세일 정보 등을 자연스럽게 게시물에 녹여내 눈길을 끌고 있다.
한올 브로우 카라는 눈썹을 원하는 색으로 바꾸는 뛰어난 발색력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 화장품 시장 진출 TIP
현지 전문가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의 경쟁자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D2C(Direct to Customer) 브랜드를 꼽을 수 있다. 일본에는 많은 D2C 브랜드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브랜드의 모든 것을 공개하는 친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열성적인 팬을 가지고 있다.
현지 전문가는 “한국 브랜드가 이런 전략을 사용한다면 K뷰티 제품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듯하다”며 “D2C 브랜드들의 타깃이 K뷰티 브랜드의 타깃층과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경쟁자가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일본에서는 많은 브랜드들이 경쟁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에게 어필하려면 브랜드의 진정성이 필요해 보인다.
팔로워 숫자만을 기준으로 인플루언서를 선정하기보다는 일본 내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해 보는 것이 좋다.
일본에는 화장품 정보를 공유하는 여러 뷰티 커뮤니티들이 존재하는데, 미용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로 구성된 양질의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으로 어필하면 브랜드 성장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Copyright ⓒ cm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