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화장품에 숟가락 얹는 식약처 ‘비웃고 싶다’
문상록 기자 mir1967@cmn.co.kr
[기사입력 : 2024-10-23 17:33:56]
[CMN 문상록 편집국장] 규제만 일삼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잘나가는 화장품에 산업진흥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묻어가려는 행위가 극에 달했다. 여기에 대한화장품협회도 덩달아 동원돼 굿판을 벌이고 있다.
가소롭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언제부터 식약처가 화장품산업 진흥을 논했나? 국민의 안전이라는 명분으로 산업 발전에 발목만 잡아왔던 식약처의 화장품산업에 대한 애정행각은 최근 몇 년 동안 성장가도를 달리는 화장품 수출의 꺾이지 않을 기세를 느끼면서부터 시작된다. 특히 오유경 처장이 부임하면서 더욱 화장품산업에 대한 애정의 농도는 짙어지고 있다.
특별히 산업 진흥에 대한 예산을 확보할 수 없는 한계를 드러내면서 실질적인 진흥책을 발표하지는 못하지만 ‘규제개혁’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진흥에 일조한다는 인상을 풍기려는 노력은 눈물겨우리만치 가상하다.
최근 식약처는 장기적인 규제개혁 플랜을 마련하고 화장품에도 상당히 관용(?)을 베풀고 있다. 벌써 논의되고 검토돼야 했던 규제들이 지금에서야 급속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 발표된 일부 개혁안은 기업들로부터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에게는 목마른 기다림이었다는 반증이다.
다만 언제 변할지 모르는 식약처의 태도에 상당한 불안함을 드러내고 있다. 또 일부 규제개혁에 대해서는 관망하는 눈치다. 소위 돌려막기라는 평가를 내리면서 그럴듯한 규제개선으로 보이지만 실무적 관점에서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에 식약처는 지난 10월 17일 ‘원아시아 화장품 뷰티 포럼’이라는 행사를 성대하게 치렀다. 아시아의 화장품과 뷰티와 관련한 산업을 아우르는 취지로 만들어진 포럼으로 상하이를 시작으로 아시아 권역을 돌면서 진행해오던 행사를 올해는 한국에서 성대하게 치른 것이다.
포럼 프로그램을 보면 꽤 단단하게 준비를 했던 흔적은 역력했다. 다만 자신들의 행사를 산업과 연결시키려는 노력은 가증스러운 행동이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10월 17일 여섯 번째 ‘화장품의 날’ 행사가 시작됐다. 제정된 지 10년이 훌쩍 넘은 화장품의 날 행사가 올해 겨우 6번째를 맞이했다는 점은 그동안 화장품의 날에 대한 가치나 중요도가 높지 않았음을 얘기해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열리지 않았던 화장품의 날 행사가 원아시아 포럼 직전에 열렸다는 점은 의아하다. 화장품의 날은 9월 7일이다. 화장품의 날 행사가 진정한 기념일로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마땅히 9월 7일에 열려야 됨에도 40일이나 지난 시점에 행사가 치러진다는 것에 대해 의구심이 일지 않는다면 더 이상할 것이다.
그만큼 식약처는 자신들의 얄팍한 권력(?)을 내세워 화장품 산업 관계자들을 동원시키면서 그들의 소중한 시간을 뺏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여기에는 화장품협회가 앞잡이 노릇을 톡톡히 했다. 업계를 위한 행사로는 웨비나 몇 개 정도만 진행하는 소극적인 화장품협회지만 식약처의 행사라면 손발을 걷어붙이는 전형적인 시녀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참 부끄러운 짓이다. 상위 기관이 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변명을 하겠지만 화장품의 날은 업계에서 지정한 날이고 이는 협회에서 주체성을 갖고 진행해야 하는 행사임에도 식약처의 기쁨조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면 화장품의 날에 대한 가치는 고려돼야 할 것이다.
잘나가는 화장품에 숟가락을 얹는 식약처나 식약처의 시녀 노릇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화장품협회의 각성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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