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야식사냥꾼의 마케팅 맛보기 06
김밥?내가 만드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CMN] 예전, 그러니까 1981년에 ‘국풍 81’이라는 행사가 있었다. 5ㆍ18 1주년을 맞아 광주에 쏠릴 국민의 관심을 잠재우기 위해 전두환 정권이 계획했다는 주장이 있는 대규모 문화행사이다. 전국의 수많은 학생과 일반인들이 동원되었다. 198개 대학의 6천여 명의 학생과 일반인 7천여 명이 참가하여 민속 문화를 중심으로 한 각종 공연, 대회, 축제, 장터 등이 진행 또는 운영되었다. 여의도 광장에서 5일간 진행된 이 행사에 총 16만명의 인원이 동원되었고 여의도를 찾은 인원이 최소 6백만명(본부측 추산 1000만명)에 달했다.
어쨌든 유행이 생겨나려면 사람이 많이 몰려야 한다. 1981년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5일간 여의도 광장에서 개최된 이 행사 덕분으로 충무김밥이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경남 통영의 충무 항구에서 1960~70년대에 생겨난 이 김밥은 조미를 하지 않은 맨김의 한 면을 구운 다음에 밥만 손가락 만하게 싸서 반찬으로 무김치나 오징어무침을 곁들여 먹는 것이다.
국풍 81 행사 때 경상남도관에서 어두이(魚斗伊) 할머니가 팔던 김밥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충무김밥을 알게 되었다. 처음엔 서울 사람들 입맛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우동, 라면과 함께 쉽게 만날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개인적으론 ‘라면+충무김밥’의 한끼가 좋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다 있다. 라면, 밥, 김.
김밥은 한국사람들이 외국사람들에게 소개하는 대표적인 한국음식 중 하나지만 사실 그 원형은 일본 음식인 노리마키스시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오늘날 김밥 맛은 노리마키스시와 다르지만, 모양은 두 음식이 아주 닮았다. 노리마키스시 조리법이 한반도에 알려진 것은 아마도 19세기 말 이후 일본인들이 서울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1930년 3월 7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부인의 알아둘 봄철 료리법’이라는 송금선의 칼럼에 노리마키스시 조리법이 나와있는데 ‘김쌈밥(노리마키스시)’이라고 표기했다. 김쌈밥이라는 이때의 표현이 오늘날 ‘김밥’의 시초였을 수 있다.
하지만 노리마키스시 이전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원래 김을 좋아했다. 조선시대 사람들에게 이미 매우 친숙한 음식이었다. 이익(1681~1763)의 ‘성호사설’ 내용을 참조하자면, 이미 이때 김을 종이처럼 조각으로 만들어서 식용으로 유통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종이 조각과 같은 김을 조선시대 사람들은 기름과 소금으로 구워서 밥반찬으로 먹거나, 구운 김을 밥에 부숴 넣고 비빔밥을 해먹기도 했다.
하지만 김(해태)의 대중적 소비는 식민지 시기에 들어와서야 가능했다. 김의 근대식 제조는 20세기 초반 일본인에 의해 이루어졌다. 1920년대에 전남 지역에서 시험 양식이 이루어졌고, 1925년 들어 한반도 서남해 연안 도서에서 해태 양식이 자리를 잡았다. 약 4백년 전부터 전남 광양, 완도를 중심으로 인공적 해태 양식법이 시작됐지만 그 발전은 20세기 초반부터였던 것이다.
대량생산에 일본인들이 기여했지만, 김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랑은 역사가 오래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김과 밥이 합쳐진 김밥은 시대별로 그 내용물에 발전 역사가 있다. 우리(필자 나이 기준) 부모님 세대는 소풍 때 김밥은 꿈도 못꿨다. 우리 삼촌, 이모 세대는 단무지만 들어있는 김밥을 싸가지고 소풍을 갔다. 우리는 시금치, 당근, 단무지가 들어있는 김밥을 많이 먹었다. 최근 트렌드를 볼 때 우리 아이들에게 김밥은 밥보다 야채가 더 많이 들어있는 음식으로 기억될 지도 모르겠다.
1990년대 중반에 김밥전문점들이 생겨난 후로 더욱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김밥. 김밥전문점을 통해 김밥은 치즈김밥, 고추김밥, 누드김밥 등 다양한 메뉴들이 생기면서 우리나라 사람들 생활 속에 깊이 자리잡게 되었다. 지금의 김밥은 예전 노리마키스시와는 다르다. 최근의 발전상황을 볼 때 이젠 완벽한 우리나라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기원과는 상관없이 일본, 중국에도 ‘김밥’이라는 이름 그대로 소개되고, 한국의 대표음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세계 모든 국가가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의 영향을 받으며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하는 요즘 시대에 원래의 기원이 어디에서 유래했는가를 얘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보인다. 일본 사람들이 원형을 변형, 창작해 돈까스를 탄생시키고 미국 본토에 스시를 소개하고 캘리포니아 롤을 유행시킨 것은 멋진 일이다.
우리의 비빔밥, 떡볶이, 김밥도 점점 이름을 얻고 있다. 누군가에겐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될 것이다. 지금 내가 만드는 제품, 그 브랜드가 지구촌 식구들 누군가에겐 ‘대한민국’ 하면 떠올리게 될 첫번째 이미지가 될 것이다. 혼을 담아 정성껏 만들면 좋겠다.
최완 빅디테일 대표 david@bigdetai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