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화장품 유통의 ‘재발견’
[CMN 신대욱 기자] 다시 멀티숍이다. 다양한 브랜드를 갖춘 화장품 편집숍이 떠오르고 있다. 단독 브랜드숍 중심에서 다시 멀티성을 회복하고 있다. 대략 10년 주기로 주도 채널이 변화해온 국내 화장품 유통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방문판매에서 화장품 전문점, 브랜드숍으로 이어진 과정이 그랬다. 태동 후 10년 이상 화장품 유통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브랜드숍 이후의 주도권이 다시 멀티숍으로 넘어가고 있는 단계다.
과거와 다른 점은 대기업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CJ와 GS, 롯데, 신세계그룹의 유통 자회사를 통한 확장이다. 올리브영과 왓슨스, 롭스, 부츠 등이다. 이들은 매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매장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현재 이들의 매장 수는 1,100개를 넘어섰고 수년 내 배 이상의 매장수를 확보할 전망이다.
여기에 주요 백화점들도 새로운 형태의 뷰티 편집숍 또는 별도의 미니 백화점을 오픈하며 젊은 소비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 현대백화점의 앳뷰티, 롯데백화점의 엘큐브 등이다. 기존의 단독 매장 형태로 입점한 방식과 달리 다양한 브랜드를 한자리에 ‘진열’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체험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백화점 내 젊은 소비층을 유입시키는 효과를 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단독으로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숍을 포함한 다양한 자체 브랜드를 구성한 멀티숍 네이처컬렉션을 운영하고 있다. 미샤 단독 브랜드숍을 전개하고 있는 에이블씨엔씨도 다양한 자체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은 멀티숍 뷰티넷을 오픈했다. 이밖에 크리마레, 빌라쥬 11 팩토리 등의 실험적인 편집숍이 있고 최근엔 병의원 전문 화장품 편집숍인 ‘더 샤갈’까지 등장했다. 주요 편의점도 제품군을 간소화해 적극적으로 화장품 도입을 늘리고 있다. 이래저래 화장품 유통망은 ‘멀티성’을 얹고 넓어지고 있다.
이같은 멀티숍 강세는 화장품 속성 자체가 멀티성을 지닌데다, 화장품 소비를 주도하는 층이 젊어졌기 때문이다. 원스톱 쇼핑과 체험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층의 성향과도 맞는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에 체험존 운영, 포인트 적립 등을 통해 온라인에 익숙한 이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적극 유인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제품보다 체험, 가성비를 넘어선 가치, 경험의 공유가 깔려 있다. 매장뿐만 아니라 매장을 구성하는 제품도 마찬가지다. 유통(流通)은 말 그대로 흘러 통하는 것이다. 발명이 아닌 발견이다. 그래서 체험과 가치, 공유 등을 더할 때 유통은 ‘재발견’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