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팩트와 판타지의 경계에 피는 꽃 ‘화장품’
[CMN 이정아 기자] ‘팩트(Fact)’는 중요하다. 왜? 그게 사실이니까!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팩트는 팩트로서 유효(팩트가 세상에 드러나고 아니고의 차이는 분명히 있겠지만)하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이 ‘팩트’에 상당히 민감해졌다. 가치판단을 배제하고서라도 객관적 사실인가를 확인해야 할 사건사고들이 주변에 넘쳐나서인지도 모르겠다. 혹은 홍길동이 ‘호부호형-아버지를 아버지라,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했던 것처럼 ‘팩트를 팩트라 말하지’ 못하도록 눈가리고 귀막고 입막음되었든 숱한 날들이 오버랩 되면서 이 팩트를 더 갈구하게 되었는지도….
사실을 말하는 건 절대 잘못이 아니며, 사실은 언젠가 밝혀져야 한다는 불변의 당위, 이 속에서 때로 동기와 과정이 배제되기도 하지만 팩트의 엄중함을 비틀 그 무엇은 어디에도 없다. 때로 가벼이, 팩트가 조크의 용도로도 쓰여 ‘팩폭(팩트 폭력)’이라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문득 이러한 ‘팩트’ 넘어, 그 어디쯤에 ‘판타지(Fantasy)’가 있고 화장품은 팩트와 판타지의 경계에 피는 꽃이 아닐까 슬쩍 꿰맞추어본다. 판타지 없이 화장품은 안된다. 화장품을 바르면 피부가 좋아지고, 화장을 하면 아름다워질 거라는, 팩트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판타지가 그녀와 또 그에게 거는 화장품의 강력한 ‘주문’인 탓이다.
판타지가 깨지는 것이 화장품 업계로선 심히 우려스러운 이유다. 그간 화장품 업계의 불미스러운 일들을 짚어보면 대다수가 이 판타지를 깨는 행위였다. 얼마전 ‘안티몬’도 그렇다. 천연, 유기농, 오가닉이라는 지향점을 십분 감안한다해도 화장품이 화학물질의 조합이라는 팩트는 쉽사리 뒤집힐 수 없는 것이다.
판타지가 깨질 것이 두려워 팩트를 은폐하고 기만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팩트에 기반해, 더 탄탄한, 그래서 실현 가능한 판타지를 많이 구축해야 화장품이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다는 말을 그저 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