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중국 화장품 시장 성장세 유지
'코로나 메이크업' 키워드 부상···온라인 중심 로컬 브랜드 성장 '주목'
2020 상반기 중국 화장품 시장 결산&광군제 대응 전략
메저차이나 2020 넥스트 차이나 온라인 세미나
[CMN 심재영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발현한 중국은 역설적이게도 코로나로 인한 환경 변화에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빠르게 적응하는 분위기다.
특히 중국 화장품 시장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 온라인을 중심으로 고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화장품 소비 행태가 변화하고 온라인 유통을 발판으로 삼은 중국 로컬 브랜드들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맞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K뷰티는 시시각각 변하는 중국의 화장품 시장 환경 변화와 트렌드 변화에 귀를 기울이고 K뷰티만의 장점을 살려 중국 소비자 니즈에 부응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빅데이터와 소셜미디어(SNS) 데이터로 중국 트렌드 변화를 분석해 상품기획과 마케팅 등을 돕는 중국 빅데이터 분석업체 메저차이나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개최한 ‘2020 넥스트 차이나 온라인 세미나’에서 강연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대목이다.
이번 세미나는 코로나19 창궐 이후 빠르게 변해가는 중국 화장품 시장의 현재 상황을 파악해 다가오는 광군제(11.11)를 위한 효과적인 프로모션을 모색해보는 자리로 마련돼 화장품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메저차이나는 매년 중국의 뷰티 시장을 리뷰하는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작년에는 한국은 물론, 북경, 상해, 동경에서도 세미나를 진행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세미나는 열리지 않았고, 비대면 웨비나로만 진행됐다.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 갈수록 커져
세미나 첫날 ‘2020 상반기 마켓 동향 및 하반기 운영 전략’이라는 제목의 키노트 강연에 나선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는 “코로나 이후 글로벌 뷰티 마켓이 체질 개선에 나선 것처럼 중국 뷰티 마켓도 체질 개선 중”이라면서 “중국 뷰티 마켓은 2001년 이후 꾸준히 성장해 2019년 2994억 위안 규모에 이르렀으나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1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15.4% 감소하며 중국 통계청 조사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온라인 뷰티 시장은 성장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정민 대표는 “중국 온라인 뷰티 시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기업들은 온라인 뷰티 시장이 앞으로 좋을지 나쁠지가 아닌, 그에 대한 준비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미나 첫날 ‘코로나19가 불러온 2020 상반기 컨슈머 산업 내 변화와 중국의 유통 채널 전망’을 발표한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 뷰티 시장에서 온라인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라이브 커머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 연구원에 따르면 라이브 커머스는 고정비가 상대적으로 적으며 효율 및 TV 대비 노출도가 높다. SNS 기반 쇼핑몰의 구매전환율은 8~10% 수준에 이르는 등 높은 구매전환율도 특징이다.
라이브 커머스 관련 플랫폼으로는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타오바오즈보·핀둬둬 등이, 쇼트클립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더우인·콰이쇼우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바이트댄스의 ‘틱톡(TikTok)’은 일 이용자 수가 8억명으로 추산되며 중국은 물론 미국·인도 등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모습이다. 바이트댄스는 618 페스티벌에 맞춰 전자상거래사업부를 신설하며 틱톡을 마케팅 수단이 아닌 전자상거래를 일으키는 채널로 확장하려고 계획 중이다.
오린아 연구원은 “실제로 온라인 시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은 주요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의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며 “온라인 채널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인해 올해 광군제를 앞두고 많은 유통상이 온라인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이 기대되는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중국 내 경쟁도 과열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상반기 마케팅 키워드 ‘마스크’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간 것은 스킨케어 분야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월 중국 뷰티 시장은 폭락했으나, 3월부터 가파른 회복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스킨케어 시장은 상승곡선을, 메이크업 시장은 하락곡선을 그리며 격차가 커졌다.
그 중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스킨케어 세트와 홈케어용 마스크팩 매출이 성장했다. 올 상반기 후와 SK-II 세트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300% 가량 늘었다. 본품과 샘플로 구성한 지난해 세트와 달리 본품+본품+샘플로 가성비를 높인 전략이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자외선 차단제 매출도 6월부터 증가했다. 주요 브랜드가 △실내서도 자외선 차단 △톤업 기능 △비비 대신 올인원 효과 등으로 키워드 마케팅을 실시하며 소비자 관심을 유도했다.
중국에서도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피부 문제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피부 트러블 해결에 도움을 주는 마스크팩 매출이 급상승했다.
또한, 닥터유 등 착한 성분과 기능, 친환경을 앞세운 더마 화장품 브랜드들이 부상하고 있다. 화장품 성분은 히알루론산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레티놀이 주목받고 있다.
레티놀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인체 서식 미생물을 활용한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도 유행을 타고 있다.
아이 메이크업 시장은 커지고 입술 시장은 곤두박질쳤다. 한국 여성이 스킨톤에 중점을 두는 데 반해 중국 여성은 눈화장에 포인트를 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유색인종이 쓰는 반짝임 강한 펄제품도 인기를 끈다.
4월부터 외출용 메이크업이 시작됐다. 화장을 고정시키는 메이크업 픽서와 루스 파우더 등도 소비자 지갑을 열었다.
가벼운·저자극·천연 클렌징과 오일 베이스 리무버 등도 매출을 올렸다. 이정민 대표는 “중국은 기능성·맞춤형 화장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에센스나 기능성 메이크업 시장이 클 것이다. 커버력에 안티에이징·보습·미백 효과를 더한 색조 화장품이 경쟁력 있다. 내년 1월 1일 중국서 수입 화장품에 의무 적용해온 동물실험이 폐지될 것으로 예고됐다. 비건·친환경 브랜드 진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K뷰티, 장점 살려 전략 다시 세워야
양문성 컨셉추얼(conceptual) 대표는 지난 4일 ‘중국 화장품 소비 트렌드 변화와 기회 코드 큐레이션’ 발표를 통해 중국의 메이크업 현황과 K뷰티가 소구해야 할 포인트를 짚어 눈길을 끌었다.
양문성 대표에 따르면 중국 여성들의 메이크업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위해서(80后)나 화장놀이(90后) 차원을 넘어 데일리 메이크업을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양문성 대표는 “속도, 가성비, 온라인 파워로 무장한 C뷰티에 대항해 K뷰티는 장점인 ‘쉽고’, ‘빠르고’, ‘저렴하고’, ‘예쁜’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일리 메이크업 시대가 열리면서 저자극, 지속성, 사용감, 디테일, 툴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스킨케어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는데 스킨케어의 ‘화장이 잘 먹는 본바탕 케어’로써의 역할에 중국 젊은 소비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속건조 케어 △모공 관리 △피부결·각질 정돈 △피부톤·흔적 케어 △진정·홍조 관리 등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중국 소비자들은 이제 이름만 보고 유명 브랜드를 사기보다는 성분, 기능, 가성비를 따지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이런 기준에 따라 중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K뷰티 강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메저차이나가 올 1월부터 5월까지 스킨&mdidot;토너, 에센스, 로션·크림 부문의 상위 20개 제품을 분석한 결과, K뷰티 제품은 로션·크림 부문 16위에 든 아크웰이 유일했다. 색조 부문에서도 상위 20위에 든 제품으로는 △3CE(립스틱·아이섀도) △ UNNY(아이라이너·루스파우더) △ 이니스프리(파우더) 등 4개에 불과했다.
양문성 대표는 또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중국이 세계의 혁신 모델로 성장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형 소비에서 과시적 소비로, 다시 향유적 소비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는데 2000년 이후 출생자를 가리키는 링링허우를 중심으로 △가성비·감각 소비 △모바일 라이프 △라이프 스타일 소비 △궈차오(国朝, 애국 마케팅) 등의 모습이 나타났다. 링링허우를 사로잡을 수 있는 K뷰티만의 장점을 부각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K뷰티는 브랜드력에서는 유럽과 미국에, 기술력에서는 일본에 밀리는 양상이다. 천연 컨셉은 뉴질랜드와 호주가, 가성비는 중국 로컬 브랜드가 선점했다.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LVMH, 샤넬, 로레알 등 글로벌 유명 브랜드들은 중국 소비자 입맛에 맞는 중국향 브랜드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양문성 대표는 “코로나19 종식이나 한한령 해제만 기다리다 정말 끝나는 수가 있다. 한탕주의나 단기 목표, 일회성 할인·판촉에서 벗어나 브랜딩에 힘써야 한다”며, “답은 현장에 있다. 대리상·온라인 대행사·왕홍에 의존 말고 직접 발로 뛰어라. 3~4선 도시를 찾아가 관찰하고 물어보라”고 조언했다.
광군제, 카테고리별 전략 수립해야
김지현 메저차이나 매니저는 ‘K뷰티를 위한 이커머스 판매전략’ 발표를 통해 화장품 카테고리별로 적합한 프로모션 전략을 수립,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클렌징 부문에서는 마일드하지만 한번에 메이크업이 지워내는 ‘눈입술얼굴’ 키워드가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스킨케어는 보습을 넘어 안티에이징과 같은 기능성 제품이 증가하는 추세다. 로컬 마스크팩 브랜드도 안티에이징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베이스 메이크업에는 파운데이션을 넘어 프라이머·파우더에서도 스킨케어 효과가 포함된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색조 메이크업에서는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매트 제품이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광군제, 올해 3.8 여성의날, 618 페스티벌에서는 카테고리는 물론 글로벌·로컬 화장품 브랜드의 프로모션 판매전략도 차이를 보였다.
중국 로컬 브랜드는 가성비를 내세운 1+1 구성 전략이 많은 반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는 본품 용량에 육박하는 다량의 샘플을 증정하는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베이스 메이크업 부문에서는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브러시·퍼프 등 도구를 샘플로 증정하는 브랜드가 늘었고 색조 메이크업 시장에서는 한정판 판매 및 샘플 굿즈 증정 비율이 높았다.
김지현 매니저는 이 강연에서 카테고리별 키워드 분석을 바탕으로 한 K뷰티의 판매전략을 제시했다.
스킨케어·클렌징은 샘플 증정을, 마스크팩은 1+1, 1+2 전략을 제안했다. 베이스 메이크업은 샘플·굿즈·퍼프 증정을, 색조 제품은 한정판 발매과 굿즈 제공 등의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지현 매니저는 “중국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커머스 썸네일·타이틀 만으로 소셜 내 바이럴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며 “썸네일에 상품의 모든 정보가 노출될 수 있도록 효능·성분·별명·활용법 등을 담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서 “스킨케어 분야에서는 안티에이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브랜드는 물론 로컬 브랜드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보습·수분에만 집중하지 말고 다양한 시장을 세분화해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주간신문CMN 제1085호(2020년 8월 19일자) 마케팅리뷰 기사입니다.]